자산이 모이면 관리 방식이 달라진다
지난해 11월, 퇴직금 1억 2천만 원을 받았다. 그 돈이 통장에 들어온 날 밤, 나는 한 시간을 그냥 화면을 바라봤다.

숫자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다음 날 아침, 가장 먼저 한 일은 은행을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자산 상태를 종이에 정리하는 것이었다.
연금저축펀드에 있던 850만 원, IRP 계좌의 620만 원, 예금통장의 480만 원. 흩어져 있던 돈들을 한 줄로 나열하니 비로소 ‘관리해야 할 자산’이 눈에 들어왔다.
노후자산 관리의 첫 단계는 돈을 더 모으는 것이 아니다. 이미 모인 돈을 어디에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건너뛴다.
Q. 자산이 흩어져 있으면 관리가 어렵지 않나?
A. 맞다.
나도 처음엔 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월급으로 살던 시절엔 통장 하나, 적금 하나면 충분했다.
하지만 자산이 2천만 원을 넘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연금저축펀드에 1천만 원, ETF에 800만 원, 예금에 400만 원 이렇게 흩어져 있으니 세금 계산할 때마다 헷갈렸다.
작년 6월에 연금저축펀드 수익금이 나왔을 때, 세금 신고를 하다가 어느 계좌에서 얼마를 뺐는지 확인하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 그때 깨달았다.
자산이 많을수록 통합 관리가 필수라는 것을.
Q. 노후자산은 어느 정도 규모부터 관리가 필요한가?
A. 일반적으로 3천만 원 이상이면 관리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그 이전엔 적금과 예금만으로도 괜찮다. 하지만 3천만 원을 넘으면 세금, 수익률, 유동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작년 말 내 자산이 3천 2백만 원에 도달했을 때, 나는 비로소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었다. 각 계좌의 잔액, 예상 수익률, 연간 세금 부담을 모두 기록했다.
그러니까 자산 배분을 조정할 때 훨씬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었다.
Q. 노후자산 관리를 시작하려면 어떤 도구가 필요한가?
A. 복잡한 프로그램은 필요 없다.
나는 엑셀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시트에는 각 계좌별 현황을 적는다.
계좌명, 잔액, 예상 연수익률, 연간 세금 부담. 두 번째 시트에는 분기별 변동을 기록한다.
3개월마다 한 번씩, 각 계좌의 잔액을 업데이트하고 수익금을 확인한다. 나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분기 리뷰’ 알림을 설정해뒀다.
1월, 4월, 7월, 10월 첫째 주 월요일마다 자동으로 알림이 온다. 그날 30분만 투자해서 자산 현황을 정리하면 된다.
Q. 세금을 줄이려면 어떤 자산 배치가 좋은가?
A. 이건 개인차가 크다.
나의 경우, 연금저축펀드에는 보수 낮은 ETF를 담았다. 연금저축펀드는 연간 수익금에 대해 약 15% 세금을 내지만, 계좌 자체가 세제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IRP 계좌에는 좀 더 공격적인 자산을 넣었다. 예금과 적금은 이자 수익에 14% 세금을 내지만, 금액이 작으면 무시할 수준이다.
내 경우 예금 400만 원에서 나오는 연간 이자가 약 12만 원이고, 세금은 1만 7천 원 정도다. 이 정도면 유동성 때문에 예금으로 두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Q. 노후자산이 줄어들 때는 어떻게 관리하나?
A. 이건 심리 전쟁이다.
작년 3월, 시장이 흔들렸을 때 내 자산이 한 달에 350만 원 줄어들었다. 스프레드시트를 열어보는 게 싫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때가 오히려 중요했다. 자산이 줄어들 때야말로 관리가 필요하다.
나는 그때 수익률이 떨어진 펀드를 확인했고, 수수료가 높은 상품이 있는지 검토했다. 결과적으로 보수 약 0%인 펀드를 보수 약 0%인 ETF로 바꿨다.
연간 약 45만 원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었다. 자산이 줄어들 때도 ‘손실’로만 보지 말고 ‘재조정의 기회’로 봐야 한다.
Q. 노후자산 관리에서 가장 자주 실수하는 부분은?
A. 나는 계좌를 자주 확인하는 것이 실수라고 생각한다.
처음 자산이 모였을 때, 나는 매일 호가창을 열었다. 하루에 3번씩.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의 등락에 흔들렸다. 한 달에 한 번, 분기에 한 번 정도만 확인하는 게 낫다.
또 다른 실수는 자산 배분을 무시하는 것이다. 처음 계획했던 배분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다.
작년에 나는 연금저축펀드 60%, IRP 30%, 예금 10%로 계획했는데, 6개월 뒤 확인해보니 연금저축펀드가 65%가 돼 있었다.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때 일부를 예금으로 옮겨서 원래 비율로 맞췄다. 이렇게 분기마다 한 번씩 리밸런싱을 하면, 자산이 우연히 쏠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자산 관리는 복잡할 필요가 없다
노후자산 관리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필요한 건 네 가지뿐이다.
첫째, 현재 자산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기. 둘째, 각 계좌의 세금 부담 이해하기.
셋째, 3개월마다 한 번씩 상태를 확인하기. 넷째, 분기마다 자산 배분을 조정하기.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작년 한 해 동안 이 네 가지를 반복했고, 결과적으로 자산이 3천 2백만 원에서 3천 8백만 원으로 늘었다.
수익률은 약 약 18%다. 특별히 복잡한 전략을 쓴 것도 아니다.
단지 현재 상태를 알고, 분기마다 점검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