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선택할 때 가장 많이 실수하는 부분

퇴직금을 받은 날, 은행원이 권한 상품을 바로 가입하지 않은 이유

지난해 11월,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을 받았다. 통장에 2,800만 원이 들어왔고, 은행 앱에는 즉시 ‘퇴직연금 상담 신청하기’ 배너가 떴다. 그날 오후 은행원의 전화가 왔다. 목소리는 친절했지만 추천 상품은 정해져 있었다. 개인연금보험, 연이율 약 2%, 수수료 약 0%. 바로 가입하라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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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전날 밤 내가 읽은 자료에는 다른 얘기가 있었다. 같은 액수를 연금저축펀드에 넣으면 수수료가 약 0%라는 것. 2,800만 원 기준으로 연 35만 원 차이였다. 10년이면 350만 원이다. 나는 그 전화를 끊고 일단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퇴직연금 선택의 첫 번째 실수: 수수료를 제대로 비교하지 않는 것

퇴직연금은 크게 두 가지다. 개인연금보험과 연금저축펀드.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수수료 구조다.

개인연금보험은 보험사가 운영한다. 수수료는 보통 약 0% 이상이고, 초기 판매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첫해에 1% 이상이 빠진다. 나중에 환급받을 때도 또 뺀다. 내가 받은 상담에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안정적이에요’, ‘원금 보장이에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연금저축펀드는 펀드사가 운영한다. 수수료는 0.1~약 0% 정도. 같은 조건이면 연금저축펀드 쪽이 훨씬 싸다. 내가 비교한 세 곳 모두 그랬다.

수수료 약 0% 차이가 작아 보이지만, 30년간 연 5% 수익률을 가정하면 최종 수령액에서 약 15% 차이가 난다. 2,800만 원이면 400만 원 이상 차이다.

두 번째 실수: 본인의 투자 성향을 무시하는 것

퇴직연금을 선택할 때 ‘안정적’이라는 말에 끌리는 사람이 많다. 개인연금보험이 원금 보장을 내세우는 이유도 이것이다. 하지만 원금 보장은 생각보다 약한 보장이다.

내 경우, 퇴직금을 받았을 때 나이가 48세였다. 연금으로 받기까지 최소 14년이 남아 있었다. 14년은 충분히 투자할 시간이다. 원금 보장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내가 확인해야 할 것은 다른 것이었다. 펀드 옵션이 몇 개인지, 그중 국내 주식 펀드와 해외 주식 펀드의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지, 연 1회 이상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이 실제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내가 최종 선택한 연금저축펀드는 펀드 옵션이 15개였다. 국내 주식 40%, 해외 주식 35%, 채권 25% 정도로 배분했다. 개인연금보험에서는 이 정도 자유도가 없었다.

세 번째 실수: 세제 혜택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 것

퇴직연금의 세제 혜택은 실제로 크다. 연금저축펀드에 넣은 돈은 연 600만 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다. 과세 소득이 높으면 600만 원을 넣을 때 약 180만 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이 혜택도 조건이 있다. 55세 이후에 인출할 때만 세제 혜택이 적용된다. 55세 전에 빼면 약 16%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퇴직연금’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퇴직할 때까지 건드리면 안 된다는 뜻이다.

내가 은행원의 상담을 거절한 또 다른 이유가 이것이었다. 개인연금보험도 같은 세제 혜택을 받지만, 수수료를 고려하면 장기로 봤을 때 손실이 크다. 세제 혜택은 둘 다 받는데, 수수료는 연금저축펀드가 훨씬 싸니까.

네 번째 실수: 운영사 선택을 대충 하는 것

같은 연금저축펀드라도 운영사에 따라 수수료와 펀드 옵션이 다르다. 내가 비교한 곳은 다섯 곳이었다.

A 운영사: 수수료 약 0%, 펀드 옵션 8개, 연 2회 변경 가능. B 운영사: 수수료 약 0%, 펀드 옵션 15개, 연 4회 변경 가능. C 운영사: 수수료 약 0%, 펀드 옵션 12개, 연 1회 변경만 가능.

나는 B를 선택했다. 수수료가 가장 싸고, 펀드 옵션도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가 30년 동안 얼마나 크게 벌어지는지는 나중에 알게 됐지만, 선택 당시에는 이 정도 비교만으로도 충분했다.

다섯 번째 실수: 중도 인출 조건을 확인하지 않는 것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질병이나 사고로 치료비가 필요하거나,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실직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때는 인출할 수 있다.

조건이 까다롭긴 하지만, 만에 하나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는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내가 선택한 운영사는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3일 안에 처리된다고 했다. 다른 곳은 2주 걸린다고 했다.

선택 후 6개월, 실제로 확인해야 할 것

퇴직연금을 선택한 후 6개월이 지났을 때 나는 처음으로 수익 현황을 봤다. 2,800만 원이 2,850만 원이 되어 있었다. 50만 원의 수익이었다. 수수료는 약 4만 원 정도 빠졌다.

연금저축펀드는 선택 후 정기적으로 수익률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펀드 구성을 조정해야 한다. 나는 분기마다 한 번씩 확인하기로 했다. 시장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으면 그대로 두고, 국내 경제가 약해지면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이것이 개인연금보험과의 가장 큰 차이다. 보험은 가입하면 그대로 놔둬도 되지만, 펀드는 주기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관심이 결국 수익률의 차이를 만든다.

결국 선택 기준은 수수료와 시간

퇴직연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수료다. 나머지는 그 다음이다. 수수료 약 0% 차이가 30년 동안 얼마나 커지는지를 먼저 계산해보자. 그 다음에 펀드 옵션과 운영사 신뢰도를 비교하면 된다.

그리고 시간이 충분하다면 연금저축펀드를 선택하는 게 맞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투자에 관심이 없다면 개인연금보험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수수료가 낮은 상품을 고르는 것이 기본이다.

내가 은행원의 상담을 거절하고 직접 비교한 것은, 결국 30년 뒤 내 통장에 몇 백만 원을 더 남기기 위함이었다. 그 정도 차이면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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