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전환 전까지 DC형이 뭔지 몰랐습니다
지난해 3월, 근무하던 회사에서 퇴직금 관련 안내장이 왔습니다. 그해 6월부터 퇴직연금 제도가 바뀐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퇴직금이 그냥 회사에서 한 번에 주는 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 안내장을 읽고서야 DC형과 DB형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회사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우리 회사는 DB형(확정급여형)을 운영 중이었어요. 근데 올해 6월부터는 DC형(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은 지금까지 쌓인 퇴직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선택 전, 통장 잔액부터 확인했던 이유
DC형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DB형 퇴직금을 그대로 가져갈 수도 있고, 새로 DC형 계좌를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선택에 따라 수수료와 세제 혜택이 완전히 달랐다는 거였어요.
먼저 제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당시 저는 회사에서 약 2,400만 원의 퇴직금이 쌓여 있었고, 월급은 280만 원 정도였습니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DC형을 선택하면 매달 월급의 일정 비율을 회사와 제가 함께 적립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사 재무팀에서 받은 자료를 보니 DC형 선택 시 월 기여금이 약 70만 원 정도가 될 것 같았습니다. 월급 280만 원에서 70만 원이 퇴직연금으로 빠진다는 뜻이었어요. 지금까지 DB형에서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적립해주고 저는 건드릴 일이 없었는데, 이제는 제가 운용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같은 회사 선배들이 선택한 방식을 물어봤습니다
회사 내 카톡방에서 먼저 DC형을 선택한 선배들을 찾아 물어봤어요. 한 선배는 “처음엔 DB형을 유지하고 싶었는데, 회사가 DC형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DB형 자산도 DC형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그럼 결국 선택지가 없다는 뜻이었어요.
다른 선배는 다른 얘기를 했습니다. “기존 DB형 자산은 현금으로 받고, 새로운 DC형 계좌는 따로 만들었다”고 했어요. 그 선배는 현금으로 받은 2,000만 원을 개인 IRP(개인퇴직계좌)에 입금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수수료도 더 낮고, 세제 혜택도 더 크다는 게 이유였어요.
이 말을 듣고 저도 같은 방식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회사 DC형은 새로 시작하되, 기존 DB형 자산 2,400만 원은 현금으로 받아서 별도의 IRP에 옮기는 거였어요.
현금으로 받은 직후, 세금 계산이 복잡했습니다
2026년 6월 초, 기존 DB형 퇴직금 2,400만 원이 통장에 입금됐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금액이 작았어요. 세금이 약 180만 원 정도 떨어져 나갔거든요.
퇴직소득세는 분리과세 대상이었고, 20년 이상 근무했을 때 받는 감면 혜택도 있었지만 여전히 꽤 컸습니다. 만약 이 돈을 그냥 통장에 놔뒀다면 소비할 위험이 있었어요. 그래서 받은 지 사흘 만에 IRP 계좌를 개설해서 2,220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IRP 계좌를 만들 때 펀드 운용 방식을 선택해야 했는데, 저는 안정형 포트폴리오를 골랐습니다. 채권형 펀드 60%, 주식형 펀드 40% 정도의 비중이었어요. 연 수익률 목표는 4~5% 정도였습니다.
회사 DC형 계좌는 따로 관리했습니다
동시에 회사 DC형 계좌도 개설됐습니다. 월 기여금은 제 월급에서 35만 원, 회사에서 35만 원씩 들어가기로 했어요. 총 월 70만 원이 매달 적립되는 구조였습니다.
DC형은 수수료가 IRP보다 조금 더 높았습니다. 연 수수료가 약 0.6~약 0% 정도였거든요. IRP는 약 0% 정도였으니까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회사 기여금이 35만 원이나 들어오는 거라서 거절할 수 없었어요.
DC형 계좌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펀드를 선택했습니다. 안정형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되, 수익률이 조금 더 높은 상품을 골랐어요. 주식형 비중을 50%까지 올렸습니다.
3개월 뒤, IRP와 DC형의 수익률 차이가 보였습니다
9월 말, 두 계좌의 수익 현황을 정리해봤습니다.
IRP 계좌: 입금액 2,220만 원 → 수익 약 18만 원(수익률 (시점에 따라 다름))
DC형 계좌: 입금액 210만 원(3개월 × 70만 원) → 수익 약 2만 원(수익률 (시점에 따라 다름))
아직 3개월밖에 안 됐으니까 큰 차이는 없었어요. 하지만 수수료 차이는 명확했습니다. IRP에서 떨어진 수수료가 약 6,000원, DC형에서 떨어진 수수료가 약 1,200원이었어요. 절대액으로는 차이가 크지만, 수익률 기준으로는 IRP가 더 효율적이었습니다.
6개월 뒤, 선택이 맞았는지 판단했습니다
2026년 12월, 6개월간의 결과를 정리했습니다.
IRP 계좌: 입금액 2,220만 원 → 수익 약 52만 원(수익률 (시점에 따라 다름))
DC형 계좌: 입금액 420만 원(6개월 × 70만 원) → 수익 약 8만 원(수익률 (시점에 따라 다름))
6개월간 누적 수수료는 IRP가 약 18,000원, DC형이 약 3,600원이었어요. 절대액으로는 여전히 IRP가 더 많았지만, 자산 규모 차이를 고려하면 IRP의 수수료율이 더 낮았습니다.
더 중요한 건 세제 혜택이었습니다. IRP에 입금한 2,220만 원은 퇴직소득공제 대상이었고, DC형 계좌도 매달 기여금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이 있었어요. 연말정산 때 이 차이가 실제로 환급금으로 돌아왔습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기준은 이것이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제 선택의 핵심은 세 가지였어요.
첫째, 기존 자산과 새로운 자산을 분리했습니다. 이미 쌓인 2,400만 원은 현금으로 받아서 IRP로 옮겼고, 앞으로 들어올 월급 기여금은 회사 DC형으로 관리했어요. 이렇게 하면 수수료 구조가 달라도 각각 최적화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수수료보다 세제 혜택을 먼저 봤습니다. DC형은 회사 기여금이 들어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어요. 월 70만 원 중 35만 원이 회사에서 나오는 거니까, 수수료가 조금 높아도 충분히 메울 수 있었습니다.
셋째, 펀드 운용은 같은 기준으로 했습니다. IRP든 DC형이든 채권과 주식의 비중을 비슷하게 유지했어요. 이렇게 하면 어느 계좌가 더 잘 되는지 비교하기도 쉬웠고, 리스크도 분산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앞으로 10년, 20년의 퇴직연금 운용을 좌우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