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보험 상품을 사고도 후회할까
지난해 가을, 직장 선배가 개인연금보험 가입했다고 했다. 월 35만 원씩 납입하기로 했다고.

3개월 뒤 만났을 때 표정이 침침했다. 그 사이 퇴직금을 받았는데 월급에서 보험료를 빼니까 생활비가 쪼들렸다고 했다.
보험 상품을 고르는 것만큼 중요한 게 ‘지금 내 통장이 그 보험료를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보험 노후준비 상품은 장기 상품이라 중간에 해지하면 손실이 크다.
그래서 가입 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체크 1. 월 고정 지출이 정확한가
보험료를 정하기 전에 먼저 할 일은 월 고정 지출을 파악하는 것이다. 월급, 월세, 전기료, 통신비, 식비 같은 항목들을 다시 한 번 세어보는 것만으로도 많이 달라진다.
나는 작년에 월 지출을 정리했을 때 구독 서비스 3개가 자동 결제되고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 월 1만 5천 원짜리들이었지만, 이런 게 3개면 월 4만 5천 원이다.
1년이면 54만 원이다. 보험료를 정하기 전에 이런 작은 지출들부터 정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보험료 때문에 생활이 팍팍해진다.
체크: 지난 3개월 통장 기록을 보고, 빠지지 않는 월 지출을 적어보자. 그 금액이 월급의 몇 퍼센트인가?
체크 2. 비상금은 따로 있는가
보험 상품은 보통 10년 이상 납입하는 장기 상품이다. 그런데 갑자기 의료비가 필요하거나 차를 수리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보험을 해지하면 손실이 난다. 그래서 보험료를 정하기 전에 별도의 비상금이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월급에서 바로 보험료를 빼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려고 하는데, 이건 위험하다. 통장에 월급 2개월분 정도는 따로 남겨두고 보험료를 정하는 게 안전하다.
체크: 지금 통장에 월급 2개월분 이상의 여유 자금이 있는가? 없다면 보험료를 줄이거나 가입을 미루는 것도 방법이다.
체크 3. 이미 직장 복지 보험이 있는가
많은 직장인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퇴직연금, 확정기여형 펀드, 단체 보험 같은 것들이 이미 있을 수 있다. 나는 작년에 회사 복지 안내서를 다시 읽다가 이미 개인연금저축이 월 10만 원씩 들어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걸 모르고 개인연금보험을 또 들으려고 했다. 직장 복지와 개인 보험이 겹치면 불필요한 중복 납입이 된다.
체크: 직장에서 받은 복지 안내서를 다시 확인해보자. 퇴직연금, 단체 보험, 저축 상품이 있는가? 있다면 월 얼마가 들어가는가?
체크 4. 보험료 인상 가능성을 알고 있는가
개인연금보험은 상품에 따라 5년마다 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다. 가입할 때는 월 30만 원이었는데, 5년 뒤에 월 35만 원, 10년 뒤에 월 40만 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보험사에서 보내는 약관에 이런 내용이 있는데, 읽기 전에 가입하는 사람이 많다. 보험료를 정할 때는 현재 상황뿐 아니라 5년 뒤, 10년 뒤 상황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퇴직 나이가 다가오는 시점이라면 보험료 인상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체크: 가입하려는 보험 상품에 보험료 인상 조항이 있는가? 있다면 최대 얼마까지 올라갈 수 있는가?
체크 5. 다른 금융 상품과의 균형은 맞는가
보험만으로 노후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보험 상품과 펀드, 적금 같은 상품을 섞어서 준비하는 게 더 유연하다.
보험은 장기 상품이라 중간에 건드리기 어렵지만, 펀드나 적금은 필요할 때 꺼낼 수 있다. 월급에서 보험료 30만 원, 펀드 20만 원, 적금 15만 원 이렇게 분산하는 것이 한 가지 상품에만 60만 원을 넣는 것보다 낫다.
보험 상품을 고르기 전에 전체 자산 관리 계획을 먼저 세워야 한다.
체크: 월급에서 노후준비로 빼려는 총액이 얼마인가? 그 중에서 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이 몇 퍼센트인가?
체크 6. 가입 후 수익률을 추적할 계획이 있는가
보험 상품을 가입한 뒤 한 번도 확인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1년에 한 번, 6개월에 한 번이라도 수익률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으면 나중에 당황하지 않는다. 펀드형 개인연금보험이라면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작년에 4% 올랐다가 올해 2%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런 변동을 미리 알고 있으면 중간에 해지할지, 계속 유지할지 판단할 수 있다.
체크: 보험사 앱을 다운로드했는가? 정기적으로 수익률을 확인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체크 7. 보험료를 내지 못할 상황을 대비했는가
실직, 질병, 예상 밖의 지출로 인해 보험료를 못 낼 수도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두는 게 좋다.
일부 보험 상품은 납입 유예 기간을 제공한다. 또 다른 방법은 월 납입액을 줄이는 것이다.
가입 후에도 보험료를 조정할 수 있는 상품도 있다. 가입 전에 보험사에 물어보고, 만약의 상황에 어떤 옵션이 있는지 확인해두면 나중에 패닉하지 않는다.
체크: 보험료를 못 낼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유예 제도나 조정 옵션을 알고 있는가?
서두르지 말고, 통장부터 정리하자
보험 노후준비 상품은 좋은 상품이지만, 나에게 맞는 상품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상품 설명서를 읽고,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 내 통장 상태를 먼저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월 지출이 얼마인지, 비상금이 충분한지, 이미 다른 보험이 있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한 뒤에 보험료를 정하면 후회가 훨씬 줄어든다. 보험은 길게 가져가는 상품이니까, 처음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