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금액 정하기 전에, 내 노후가 얼마나 필요한지 먼저 알아야 하는 이유

지난해 통장을 들여다보고 깨달은 것

작년 5월, 노후자산 목표금액을 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자료들은 죄다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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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atthias_koll_leverkusen / pixabay

‘월 200만 원 생활비 × 12개월 × 30년’처럼 단순한 공식들뿐이었다. 그런데 내 통장을 들여다보니 이상했다.

1월부터 4월까지 월평균 지출이 165만 원이었는데, 5월부터 8월까지는 월 240만 원이었다. 여름휴가, 자동차 정기점검, 부모님 용돈 때문이었다.

같은 공식으로 계산하면 내 노후는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12개월을 다 더해야 하는 이유

노후자산 목표금액을 정할 때 가장 흔한 실수는 ‘평균 월 생활비’를 단순하게 계산하는 것이다. 지난 3년간 내 통장을 정리해보니 패턴이 명확했다.

1월과 7월은 명목상 지출이 많고, 3월과 11월은 적었다. 명절 때문이기도 하고, 계절 때문이기도 했다.

올해 초 통장 정리를 다시 했을 때 지난해 월평균은 205만 원이었는데, 이를 12개월로 단순 계산하면 연 2,460만 원이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 달은 280만 원, 어떤 달은 140만 원이었다.

이 편차를 무시하고 목표금액을 정하면 노후 중반쯤 돈이 떨어질 수도 있다.

내가 권하는 방법은 지난 2년간의 월별 지출을 모두 더한 뒤 24개월로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명절, 휴가, 예상치 못한 지출까지 포함된 ‘진짜 월평균’을 알 수 있다. 내 경우 이 방법으로 계산하니 월 212만 원이 나왔다. 단순 평균 205만 원보다 7만 원이 더 높았다. 30년 동안 이 차이는 2,520만 원이 된다.

인플레이션을 숫자로 계산해봤다

목표금액을 정할 때 절대 빠지면 안 되는 게 인플레이션이다. 지난 10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은 약 약 2%였다. 올해 기준으로 월 212만 원이 필요하다면, 10년 뒤에는 월 258만 원이 필요하다. 20년 뒤에는 월 315만 원이 필요하다. 30년 뒤에는 월 383만 원이 필요하다. 이걸 모두 더하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된다.

간단한 계산을 해보자. 올해 기준 월 212만 원으로 30년을 산다면 7,632만 원이면 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약 9,850만 원이 필요하다. 2,200만 원 이상의 차이다. 이 정도면 노후 중반의 의료비나 예상치 못한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된다. 그래서 목표금액을 정할 때는 무조건 인플레이션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고정비와 변동비를 따로 봐야 하는 이유

지난겨울에 내 지출을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눠봤다. 고정비는 월세, 보험료, 통신비, 관리비 등으로 월 95만 원이었다.

변동비는 식비, 교통비, 의류, 여가 등으로 월 117만 원이었다. 이렇게 나누면 노후자산 목표금액을 훨씬 현실적으로 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일단 은퇴하면 고정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사는 집을 작은 곳으로 옮기면 월세를 30만 원 줄일 수 있다.

자동차를 팔면 보험료와 유지비 5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고정비가 월 95만 원에서 월 65만 원으로 떨어진다.

반대로 변동비 중 일부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의료비가 그렇다.

지금은 월 5만 원 정도지만, 60대 이후로는 월 20만 원에서 30만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여행이나 취미생활도 늘어날 수 있다.

현역 때는 일이 바빠서 못 했던 것들을 은퇴 후 하려고 할 테니까.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노후 초반 5년은 월 180만 원, 중반 10년은 월 200만 원, 후반 15년은 월 230만 원처럼 단계별로 다르게 계산할 수 있다.

목표금액을 정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내가 올해 초 정한 노후자산 목표금액은 3억 2,000만 원이다. 어떻게 나온 숫자인지 설명하자면, 먼저 지난 2년 월별 지출을 모두 더했다.

총 5,088만 원. 이를 24개월로 나누니 월 212만 원이 나왔다.

다음으로 고정비 95만 원과 변동비 117만 원을 분리했다. 은퇴 후 고정비는 20% 줄어든다고 가정해서 월 76만 원으로 설정했다.

변동비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해서 단계별로 다르게 계산했다. 초반 10년은 월 130만 원, 중반 10년은 월 155만 원, 후반 10년은 월 185만 원으로 설정했다.

총합하면 월 206만 원에서 월 261만 원 사이가 된다. 이를 30년으로 곱하고 인플레이션을 추가로 반영하니 3억 2,000만 원이 나왔다.

물론 이 숫자가 모든 사람에게 맞는 건 아니다. 배우자가 있으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자녀 지원이 있으면 줄어들 수도 있다. 의료비 부담이 크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일반적인 공식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실제 지출 패턴을 정확히 파악한 뒤 목표금액을 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30년을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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