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 얼마나 모아야 할까, 실제 계산해본 것

노후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막혔던 것

지난해 가을, 회사 퇴직금 관련 교육을 받으며 처음 진지하게 노후를 생각했다. 현재 통장에 있는 돈으로는 부족하다는 건 알았지만, 정확히 얼마가 필요한지, 언제부터 얼마씩 모아야 하는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억대 자산’ 같은 숫자들만 눈에 띄었고, 그때마다 한숨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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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Declan Sun / unsplash

그래서 직접 계산해보기로 했다. 통장 잔액, 월급, 생활비, 예상 연금액을 한 줄씩 정리하고 엑셀을 켰다. 3주일 정도 만져본 결과, 생각보다 현실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Q. 월급에서 노후자금으로 얼마를 빼야 할까?

A. 월급의 10~15% 정도가 현실적이라는 게 내 결론이다.

월급 400만 원이라면 40만~60만 원 정도를 의미한다. 처음엔 많아 보이지만, 생활비를 먼저 빼고 남은 금액의 절반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월급 380만 원 중에서 생활비 250만 원을 제외한 130만 원의 40% 정도인 50만 원을 노후자금으로 빼고 있다. 처음 2개월은 버거웠지만 3개월째부터는 자연스러워졌다.

중요한 건 금액보다 꾸준함이다. 월 30만 원을 20년 하는 것이 월 100만 원을 3년 하는 것보다 낫다.

Q. 지금 30대 중반인데, 너무 늦지 않았을까?

A.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하는 게 가장 정확한 타이밍이다.

복리는 시간이 길수록 좋지만, 늦게 시작해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30년을 1% 수익률로 모으는 것과 15년을 2% 수익률로 모으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지금 당신의 나이에서 정확한 계획을 세우는 게 훨씬 중요하다. 나는 35세부터 시작했는데, 역산해보니 55세 은퇴 기준으로 월 50만 원이면 충분했다.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Q. 연금저축과 일반 투자,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할까?

A. 세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을 먼저, 그 다음 일반 투자가 순서다.

2026년 기준으로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하면 연 6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월 50만 원씩 모으면 연 600만 원이므로, 이 부분은 반드시 연금저축으로 채우는 게 맞다. 그 이상을 모아야 한다면 그때부터 일반 펀드나 주식을 고려하면 된다. 세제 혜택을 먼저 챙기고 나머지를 자유롭게 운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나는 현재 연금저축펀드에 월 50만 원, 일반 펀드에 월 20만 원을 넣고 있다.

Q. 목표액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

A. 현재 월 생활비의 70~80% 정도를 기준으로 역산하면 된다.

예를 들어 지금 월 250만 원으로 생활한다면, 은퇴 후엔 월 180~200만 원 정도면 충분할 가능성이 높다. 주택담보대출, 자녀 교육비 같은 항목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월 200만 원이 필요하다면, 30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약 7억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국민연금 월 150만 원이 더해지면, 자산으로는 4~5억 원 정도면 현실적이다.

나는 현재 자산 1억 2천만 원에서 월 70만 원씩 모으고 있으니, 20년 뒤쯤이면 목표에 닿을 것 같다.

Q. 투자 수익률은 얼마나 기대해도 될까?

A. 연 3~5% 정도를 보수적으로 잡는 게 맞다.

주식형 펀드나 ETF는 장기 평균 6~7%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변동성이 크다. 혼합형이나 채권형을 섞으면 3~5% 정도로 내려간다. 나는 연 약 4% 정도를 기준으로 계획을 세웠는데, 실제로는 어떤 해는 10%를 넘고 어떤 해는 마이너스가 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장기 평균이므로, 중간에 시장이 흔들려도 계획을 바꾸지 않는 것이다.

보수적인 수익률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워야 실패할 확률이 낮다.

Q. 중간에 계획을 바꿔야 할 때는 언제일까?

A. 월급이 크게 변하거나 은퇴 시기가 앞당겨질 때다.

처음 계획을 세운 뒤 3개월마다 한 번씩 통장을 정리하면서 수정했다. 월급이 50만 원 올랐을 때, 월 70만 원으로 늘렸다. 반대로 큰 지출이 있었을 때는 월 40만 원으로 줄이기도 했다. 중요한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꾸준한 실행’이다. 계획의 80%를 지키는 것이 계획의 100%를 세우고 0%를 실행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나는 처음 세운 계획을 이미 2번 수정했지만, 그 덕분에 지금까지 한 달도 빠지지 않고 모으고 있다.

계산이 끝나면 시작이다

엑셀로 계산을 끝낸 뒤 가장 놀랐던 건, 생각보다 현실적이라는 것이었다. 억대 자산이 필요한 게 아니라, 꾸준한 월급 관리와 적절한 투자 수익률이면 충분했다. 지금 당신이 월 50만 원을 모을 수 있다면, 20년 뒤에는 충분한 노후자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계산이 두렵다면, 현재 월 생활비의 10%부터 시작해보자. 그것만으로도 이미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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