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막혔던 것
지난해 가을, 회사 퇴직금 관련 교육을 받으며 처음 진지하게 노후를 생각했다. 현재 통장에 있는 돈으로는 부족하다는 건 알았지만, 정확히 얼마가 필요한지, 언제부터 얼마씩 모아야 하는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억대 자산’ 같은 숫자들만 눈에 띄었고, 그때마다 한숨만 나왔다.
그래서 직접 계산해보기로 했다. 통장 잔액, 월급, 생활비, 예상 연금액을 한 줄씩 정리하고 엑셀을 켰다. 3주일 정도 만져본 결과, 생각보다 현실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Q. 월급에서 노후자금으로 얼마를 빼야 할까?
A. 월급의 10~15% 정도가 현실적이라는 게 내 결론이다.
월급 400만 원이라면 40만~60만 원 정도를 의미한다. 처음엔 많아 보이지만, 생활비를 먼저 빼고 남은 금액의 절반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월급 380만 원 중에서 생활비 250만 원을 제외한 130만 원의 40% 정도인 50만 원을 노후자금으로 빼고 있다. 처음 2개월은 버거웠지만 3개월째부터는 자연스러워졌다.
중요한 건 금액보다 꾸준함이다. 월 30만 원을 20년 하는 것이 월 100만 원을 3년 하는 것보다 낫다.
Q. 지금 30대 중반인데, 너무 늦지 않았을까?
A.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하는 게 가장 정확한 타이밍이다.
복리는 시간이 길수록 좋지만, 늦게 시작해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30년을 1% 수익률로 모으는 것과 15년을 2% 수익률로 모으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지금 당신의 나이에서 정확한 계획을 세우는 게 훨씬 중요하다. 나는 35세부터 시작했는데, 역산해보니 55세 은퇴 기준으로 월 50만 원이면 충분했다.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Q. 연금저축과 일반 투자,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할까?
A. 세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을 먼저, 그 다음 일반 투자가 순서다.
2026년 기준으로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하면 연 6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월 50만 원씩 모으면 연 600만 원이므로, 이 부분은 반드시 연금저축으로 채우는 게 맞다. 그 이상을 모아야 한다면 그때부터 일반 펀드나 주식을 고려하면 된다. 세제 혜택을 먼저 챙기고 나머지를 자유롭게 운용하는 게 효율적이다.
나는 현재 연금저축펀드에 월 50만 원, 일반 펀드에 월 20만 원을 넣고 있다.
Q. 목표액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
A. 현재 월 생활비의 70~80% 정도를 기준으로 역산하면 된다.
예를 들어 지금 월 250만 원으로 생활한다면, 은퇴 후엔 월 180~200만 원 정도면 충분할 가능성이 높다. 주택담보대출, 자녀 교육비 같은 항목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월 200만 원이 필요하다면, 30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약 7억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국민연금 월 150만 원이 더해지면, 자산으로는 4~5억 원 정도면 현실적이다.
나는 현재 자산 1억 2천만 원에서 월 70만 원씩 모으고 있으니, 20년 뒤쯤이면 목표에 닿을 것 같다.
Q. 투자 수익률은 얼마나 기대해도 될까?
A. 연 3~5% 정도를 보수적으로 잡는 게 맞다.
주식형 펀드나 ETF는 장기 평균 6~7%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변동성이 크다. 혼합형이나 채권형을 섞으면 3~5% 정도로 내려간다. 나는 연 약 4% 정도를 기준으로 계획을 세웠는데, 실제로는 어떤 해는 10%를 넘고 어떤 해는 마이너스가 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장기 평균이므로, 중간에 시장이 흔들려도 계획을 바꾸지 않는 것이다.
보수적인 수익률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워야 실패할 확률이 낮다.
Q. 중간에 계획을 바꿔야 할 때는 언제일까?
A. 월급이 크게 변하거나 은퇴 시기가 앞당겨질 때다.
처음 계획을 세운 뒤 3개월마다 한 번씩 통장을 정리하면서 수정했다. 월급이 50만 원 올랐을 때, 월 70만 원으로 늘렸다. 반대로 큰 지출이 있었을 때는 월 40만 원으로 줄이기도 했다. 중요한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꾸준한 실행’이다. 계획의 80%를 지키는 것이 계획의 100%를 세우고 0%를 실행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나는 처음 세운 계획을 이미 2번 수정했지만, 그 덕분에 지금까지 한 달도 빠지지 않고 모으고 있다.
계산이 끝나면 시작이다
엑셀로 계산을 끝낸 뒤 가장 놀랐던 건, 생각보다 현실적이라는 것이었다. 억대 자산이 필요한 게 아니라, 꾸준한 월급 관리와 적절한 투자 수익률이면 충분했다. 지금 당신이 월 50만 원을 모을 수 있다면, 20년 뒤에는 충분한 노후자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계산이 두렵다면, 현재 월 생활비의 10%부터 시작해보자. 그것만으로도 이미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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