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받고 3개월, 가장 후회한 선택

퇴직금이 통장에 들어온 날

작년 11월, 20년 다닌 회사를 나왔다. 퇴직금은 세금 떼고 1억 2천만 원이었다. 통장에 입금된 그날 밤 나는 그 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한 시간을 멍하니 있었다. 적금? 펀드? 주식? 머릿속이 복잡했다.

still life, camera, notebook, pen, cup, mug, coffee, desk, coffee cup, neat, tidy, clean, organized,
Photo by stokpic / pixabay

퇴직금을 받으면 빨리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 생각으로 일주일 안에 절반을 정기예금에 넣고 나머지를 펀드로 옮겼다. 그게 실수였다. 3개월이 지난 지금, 그때 결정이 왜 서툴렀는지 정확히 보인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묵혀두기

퇴직금을 받으면 심리적으로 ‘이 돈을 굴려야 한다’는 생각이 생긴다. 하지만 가장 현명한 첫 단계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최소 1개월에서 3개월은 통장에 놓고 자신의 생활비가 정확히 얼마인지 파악해야 한다.

내 경우 매달 생활비가 280만 원 정도였는데, 처음엔 250만 원으로 예상했다. 그 차이가 3개월이면 90만 원이 된다. 만약 그 돈을 이미 펀드에 집어넣었다면 시장이 떨어졌을 때 급하게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퇴직금 운용의 첫 번째 원칙은 여유 자금의 규모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3개월 동안 내 생활 패턴을 보니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있었다. 치과 치료비 80만 원, 부모님 용돈 100만 원, 차량 정기점검 45만 원. 이런 것들을 미리 알았다면 운용 계획을 달리 세웠을 것이다.

생활비 6개월분은 별도로 묶어두기

퇴직금을 받은 직장인과 프리랜서의 운용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퇴직 후 재취업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안정성이 최우선이었다. 생활비가 월 280만 원이라면 6개월분인 1천 680만 원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어야 한다.

이 돈은 정기예금이나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넣는 게 맞다. 금리는 낮지만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처음에 정기예금 금리 약 3%에 끌려 6개월짜리 상품에 넣은 건 실수였다. 3개월 뒤 급하게 돈이 필요했을 때 중도해지 수수료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는 약 약 2% 정도다. 낮아 보이지만 안정성을 사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나머지 돈의 배분, 연령과 기간이 핵심

생활비 6개월분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어떻게 나눌지가 진짜 문제다. 내 경우 1억 2천만 원에서 1천 680만 원을 빼면 약 1억 원이 남는다. 이 돈을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향후 5년, 10년의 자산을 결정한다.

나는 55세이고 앞으로 10년간 일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렇다면 공격적인 투자는 위험하다. 대신 안정적인 배분이 필요하다. 내가 선택한 방식은 이렇다.

정기예금과 채권형 펀드에 50% (5천만 원), 혼합형 펀드와 ETF에 30% (3천만 원), 현금성 자산에 20% (2천만 원). 이렇게 나누면 시장이 떨어져도 패닉 셀링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건 한 번에 다 넣지 않는 것이다. 나머지 1억 원을 3개월에 걸쳐 나눠 넣기로 했다. 월 3천 3백만 원씩, 매달 정해진 날에 자동이체로 설정했다. 이렇게 하면 시장 변동성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세제 혜택을 놓치지 않기

퇴직금을 받으면 세금 계산이 복잡하다. 퇴직소득세는 이미 원천징수되지만, 추가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 퇴직금의 일부를 개인연금저축이나 IRP에 넣으면 추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내가 1천만 원을 연금저축펀드에 넣은 건 이 때문이다. 연금저축은 연 400만 원까지 세액공제 약 16%를 받을 수 있다. 1천만 원을 5년에 걸쳐 넣으면 연 200만 원씩 넣게 되고, 매년 33만 원의 세금 혜택을 본다. 5년이면 165만 원이다.

다만 이 돈은 55세까지 건드릴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나는 이미 55세를 넘었으니 곧 인출할 수 있다. 하지만 추가 납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유동성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3개월 뒤 현실과의 마주침

지금 내 포트폴리오는 이렇다. 정기예금 5천만 원 (금리 약 3%), 채권형 펀드 2천만 원 (수익률 (시점에 따라 다름)), 혼합형 펀드 1천 500만 원 (수익률 -약 1%), ETF 1천 500만 원 (수익률 (시점에 따라 다름)), 현금성 자산 2천만 원, 연금저축 1천만 원.

총 수익은 약 180만 원 정도다. 수익률로 따지면 약 1% 정도인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펀드에 너무 많이 넣었다면 지금쯤 시장 변동성에 흔들렸을 것이다.

가장 후회하는 부분은 첫 주에 너무 서둘렀다는 것이다. 심사숙고할 시간을 가졌다면 더 나은 결정을 했을 수 있다. 퇴직금은 인생의 큰 전환점이다. 그 돈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앞으로의 삶을 결정한다. 서두르지 말고, 정확히 알고, 천천히 시작하는 것. 그게 가장 현명한 퇴직금 운용 방법이다.

C
Corebriefing 운영자
금융 정보를 직접 조사하고 검증해 정리하는 블로그 운영자입니다. 언급된 제도·수치는 작성 시점 기준이며, 잘못된 정보를 발견하시면 연락처 페이지로 알려주세요. 바로 확인 후 수정합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