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불안에서 시작된 계산
2026년 가을, 동창 모임에서 한 친구가 “노후에 10억은 있어야 한다더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집에 와서 가만히 계산기를 두드려봤는데,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제가 모은 돈으로는 그 근처에도 못 가는데, 정말 10억이 있어야 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 뒤로 1년 반 동안 노후 자산 기준에 대해 이것저것 따져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답은 없었고, 사람마다 너무 달랐습니다. 제가 그동안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던졌던 질문들을 정리해봤습니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들
Q. 노후에 진짜 10억이 있어야 하나요?
A. 사람마다 다릅니다. 부부 기준 한 달 생활비 300만 원 잡고 3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 약 10억 8천만 원이 나옵니다. 다만 국민연금 부부 합산 월 150만 원 정도 받는다고 가정하면 필요 자산은 약 5억 4천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연금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합니다.
Q. 월 생활비는 얼마로 잡아야 적당한가요?
A. 통계청 가계동향 자료를 참고하면 60대 부부 평균 소비지출이 대략 월 250만 원대입니다. 다만 의료비, 경조사, 자녀 결혼 지원까지 생각하면 저는 월 300만 원으로 잡았습니다. 도시 거주냐 지방이냐에 따라 100만 원은 쉽게 차이 납니다.
Q. 국민연금만 믿어도 되나요?
A. 솔직히 어렵습니다. 제가 작년에 국민연금공단 예상수령액을 조회해봤더니 65세부터 월 92만 원이 나왔습니다. 혼자 살아도 부족한 금액이었습니다. 퇴직연금, 개인연금, 그리고 약간의 투자자산이 함께 있어야 그나마 숨통이 트입니다.
Q. 50대인데 지금 자산이 3억이면 늦은 건가요?
A. 늦지 않았습니다. 50세에 3억을 가지고 매년 5% 수익을 내면서 매달 50만 원씩 추가로 넣으면 65세에 대략 7억 정도가 됩니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퇴직금이 더해지면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 됩니다. 문제는 수익률을 5% 꾸준히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지만요.
Q. 부동산도 자산에 포함해서 계산해야 하나요?
A. 저는 거주용 집은 빼고 계산합니다. 살 집이 없어지면 다시 월세든 전세든 나가야 하니까요. 다만 주택연금을 활용할 생각이라면 일부 포함시켜도 됩니다. 5억짜리 집을 65세에 주택연금으로 돌리면 종신 월 120만 원 정도 나옵니다.
스스로에게 자주 물었던 것들
Q. 자산 기준을 정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건 뭔가요?
A. 매달 들어올 현금흐름입니다. 총자산 5억보다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200만 원이 훨씬 든든하다는 걸 부모님 보면서 느꼈습니다. 어머니가 매달 받는 연금 80만 원이 통장에 찍힐 때마다 안도하시는 모습을 봤거든요.
Q. 의료비는 따로 떼어놔야 하나요?
A. 저는 노후 자산과 별개로 부부 합산 3천만 원 정도는 의료비 비상금으로 따로 잡아둡니다. 한 번 큰 병에 걸리면 실손보험이 있어도 본인 부담이 천만 원 단위로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Q.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더 많이 모아야 하지 않나요?
A. 맞습니다. 2026년 기준 월 300만 원이 20년 뒤에는 구매력이 절반 정도로 떨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연 2~3% 물가상승률을 가정하고 자산도 그만큼 굴려야 실질 가치가 유지됩니다. 그래서 예금에만 넣어두면 위험하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결국 기준은 본인이 만드는 것
1년 반 동안 이것저것 계산하면서 알게 된 건, 10억이라는 숫자는 누군가에게는 부족하고 누군가에게는 과합니다. 자기 생활 수준, 받을 연금, 거주 지역, 건강 상태를 다 따져봐야 자기만의 숫자가 나옵니다.
저는 결국 부부 기준 6억 5천만 원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까지 합치면 월 280만 원 정도 흐름이 만들어지는 그림입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막연한 불안보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숫자를 직접 두드려보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