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직전 — 왜 IRP였나
2026년 1월, 연말정산 환급액이 예상보다 훨씬 적게 나왔습니다. 세금 공제 항목을 하나씩 뜯어보다가 IRP 납입 내역이 아예 없다는 걸 그제야 확인했습니다.
머리가 멍했습니다. 연금저축은 몇 년 전부터 넣고 있었는데, IRP는 “나중에 하지”라는 생각으로 계속 미뤄두고 있었던 겁니다.
그 환급 명세서 한 장이 결국 계좌 개설 버튼을 누르게 만들었습니다.
IRP는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로, 연간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 됩니다. 연금저축과 합산해서 계산하는 구조라, 연금저축에 이미 600만 원을 넣고 있다면 IRP로 추가 300만 원을 납입하면 한도를 채울 수 있습니다.
총급여 5,500만 원 이하 기준으로 약 16% 세액공제율이 적용되니, 300만 원 납입 시 약 49만 5천 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계좌 개설 후 1주일 — 생각보다 복잡했던 것들
계좌는 증권사 앱으로 약 15분 만에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IRP 계좌 안에서 어디에 투자할지 직접 골라야 하는데, 처음에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그냥 기본 설정인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전부 묶어뒀습니다. 당시 적용 금리는 연 약 3%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IRP에는 운용 규정이 있습니다. 위험자산(주식형 ETF 등)에는 납입금의 최대 70%까지만 배분할 수 있고, 나머지 30% 이상은 반드시 안전자산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이 규정을 모르고 ETF에 전액 넣으려다 막혔던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 IRP를 시작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당황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1개월 차 —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습니다
한 달 뒤, 원리금보장형에만 넣어두는 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배분을 바꿨습니다. 납입금의 70%는 국내외 주식형 ETF 두 종목에 나눠 넣고, 나머지 30%는 채권형 펀드에 배치했습니다. 월 납입액은 25만 원으로 설정했습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300만 원, 세액공제 한도를 정확히 채우는 금액입니다.
IRP 계좌 내에서 ETF를 매수할 때는 일반 증권계좌와 달리 실시간 매매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펀드 형태로 운용되는 상품은 하루에 한 번 기준가로 체결되는 방식이라, 주식처럼 원하는 가격에 딱 맞춰 사기가 어렵습니다. 이 점을 미리 알고 접근하면 덜 당황합니다.
6개월 차 — 지금 숫자로 보면
2026년 5월 기준으로 약 6개월째 납입 중입니다. 총 납입액은 150만 원이고, 평가금액은 약 158만 원입니다.
수익률로 따지면 5% 남짓입니다. 여기에 연말정산 때 돌려받을 세액공제분 약 49만 5천 원을 더하면, 실질 수익률은 훨씬 올라갑니다.
물론 이 돈은 55세 이전에 중도 인출하면 기타소득세 약 16%가 붙으니, 진짜 장기 자금으로 묶어둔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노후준비라는 말이 막연하게 느껴질 때, IRP는 세금 혜택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로 시작점을 잡아주는 수단이 됩니다.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짜고 나서 시작하려다 보면 계속 미루게 됩니다.
일단 월 10만 원이라도 납입을 시작해두고, 포트폴리오는 그 다음에 천천히 손보는 게 현실적으로 더 낫습니다. 6개월을 돌아보면, 가장 잘한 선택은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지 않고 그냥 시작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