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돈이 들어오는 통로, 직접 만들어본 순서

연금 계좌 하나만 믿고 있다가 생긴 일

2026년 가을, 회사 동료 한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는 소식을 들은 날 저녁이었습니다. 퇴근길에 편의점 앞 벤치에 잠깐 앉아서 제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을 조회해봤는데, 화면에 뜬 숫자가 월 약 87만 원이었습니다.

a glass jar filled with coins and a plant
Photo by Towfiqu barbhuiya / unsplash

그 숫자를 보면서 머리가 멍했습니다. 지금 월 생활비가 넉넉잡아 220만 원은 드는데, 그 차이를 어디서 메울 건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노후준비라는 말은 워낙 자주 들어서 귀에 박혀 있지만, 막상 ‘어떤 통로로 돈이 들어오는가’를 따져본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국민연금 하나로는 월 130만 원 안팎의 공백이 생기고, 그걸 메울 수입 통로를 미리 설계해두지 않으면 퇴직 이후가 꽤 빡빡해집니다. 아래는 제가 직접 순서를 정해서 만들어보고 있는 수입 통로들입니다.

수입 통로를 만드는 순서, 이렇게 잡았습니다

첫 번째는 국민연금입니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임의계속가입 제도를 활용하면 직장을 그만둔 뒤에도 보험료를 계속 납부해서 수령액을 늘릴 수 있습니다.

월 납부액을 약 9만 원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수령 시점을 65세로 맞추는 게 제 기준 가장 비용 대비 효율이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수령 시점을 1년 늦출 때마다 수령액이 약 약 7% 늘어난다는 점도 고려할 만합니다.

두 번째는 연금저축펀드입니다. 세액공제 한도인 연 600만 원까지 넣으면 약 16% 세율 기준으로 연간 약 99만 원을 돌려받습니다. 저는 2026년 현재 매달 50만 원씩 납입하고 있고, 운용은 국내 지수 추종 ETF 한 종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복잡하게 분산하지 않고 단순하게 유지하는 게 오히려 중간에 건드리지 않게 되더라고요.

세 번째는 IRP입니다. 연금저축펀드와 합산해서 세액공제 한도가 연 900만 원이기 때문에, 연금저축에 600만 원을 채운 뒤 나머지 300만 원을 IRP에 넣으면 공제를 최대로 쓸 수 있습니다.

다만 IRP는 중도 인출이 까다롭기 때문에 비상금 성격의 돈과 섞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퇴직금이 들어오는 계좌로만 활용하고, 추가 납입은 연간 300만 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주택연금입니다. 아직 먼 얘기처럼 느껴지지만,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숫자가 꽤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시세 약 4억 원짜리 주택을 기준으로 70세에 가입하면 월 약 120만 원 안팎을 종신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집 한 채가 있는 분들이라면 노후 현금흐름 설계에서 빠뜨리기 어려운 항목입니다.

다섯 번째는 배당 ETF입니다. 월배당 혹은 분기 배당을 주는 ETF를 꾸준히 모아두면 퇴직 이후 연금 수령 전 공백기를 버텨주는 완충재가 됩니다.

저는 국내 상장 월배당 ETF 두 종목에 매달 약 20만 원씩 적립하고 있고, 현재 배당수익률은 연 4% 초반대입니다. 원금이 크지 않아서 지금 당장 큰돈이 들어오진 않지만, 10년 뒤 원금이 3천만 원을 넘어서면 월 10만 원 이상은 들어오는 구조가 됩니다.

여섯 번째는 소규모 임대수입입니다. 집 한 채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주택연금 전환 전까지 전세가 아닌 월세로 전환하는 방식입니다.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받으면 매달 일정한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월세 전환 시 세금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연간 임대수입이 2천만 원 이하인 경우 분리과세 14%를 선택하는 게 유리한지 먼저 따져보는 게 좋습니다.

일곱 번째는 퇴직 후 단기 프리랜서 수입입니다. 완전히 일을 끊지 않고 주 2~3일 정도 본인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방식입니다. 월 50만~80만 원 수준이라도 고정 지출의 일부를 커버해주면 연금 자산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수입 통로 중에서 가장 만들기 어렵지만, 직장 재직 중에 미리 네트워크를 만들어두면 퇴직 후에도 연결이 끊기지 않습니다.

통로를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위에 나열한 통로들을 한꺼번에 다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지금 전부 운영하고 있는 건 아니고, 연금저축과 IRP, 배당 ETF 세 가지만 실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완성된 구조를 갖추는 게 아니라, 어떤 순서로 어떤 통로를 추가할지 머릿속에 그림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노후준비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결과가 20~30년 뒤에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뭔가 달라지는 느낌이 없으면 쉽게 손을 놓게 됩니다.

하지만 통로를 하나씩 만들어두면 그 자체가 진행 상황이 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동기가 생깁니다. 월 50만 원짜리 연금저축 하나라도 지금 시작하면, 10년 뒤 원금만 6천만 원이 쌓입니다.

수익률을 빼고 원금만 따져도 그렇습니다.

퇴직 후 돈이 들어오는 통로는 누가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국민연금 외에는 전부 본인이 직접 설계해야 하고, 그 설계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은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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