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가 왜 무서운지 직접 계산기에 두드려보고 알았습니다

재작년 봄, 회사 점심시간에 동료가 “너 그거 알아? 연금은 빨리 시작할수록 이긴다”라고 말했을 때 솔직히 한 귀로 흘렸다.

그 말이 머리에 박힌 건 그날 저녁 집에 와서 엑셀을 열고 숫자를 두드려본 뒤였다. 월 20만 원을 30년 부었을 때와 40년 부었을 때 차이가 두 배가 아니라 거의 세 배 가까이 벌어졌다.

10년 더 부었을 뿐인데. 그날 밤 11시쯤이었던 것 같다.

멍하니 화면을 보다가 “이게 왜 이렇게 차이가 나지”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게 내가 연금 복리라는 걸 처음으로 진지하게 들여다본 순간이었다.

그 뒤로 1년 넘게 연금 계좌를 굴리면서, 시작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점들이 자꾸 떠올랐다. 누가 옆에서 체크리스트라도 줬으면 시행착오를 줄였을 텐데. 그래서 이 글은 연금 복리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 시작 전·중에 스스로 점검해야 할 것들을 적어보려 한다. 거창한 이론보다, 내가 실제로 부딪히면서 “아, 이걸 먼저 봤어야 했네” 싶었던 항목들이다.

첫째, 내 연금 시작 시점이 몇 년 남았는지 정확히 안다

복리는 곱셈이 아니라 거듭제곱에 가깝다. 눈사람을 굴리는데 처음 한 바퀴는 작은 주먹만 한 게 붙지만, 스무 바퀴쯤 굴리면 한 바퀴에 붙는 양이 처음 전체보다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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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도 마찬가지다. 1년 차에 붙는 수익보다 25년 차에 붙는 수익이 훨씬 크다.

그래서 “지금부터 은퇴까지 정확히 몇 년 남았나”를 알아야 계획이 선다. 자가 점검은 간단하다.

종이에 현재 나이와 예상 은퇴 나이를 적고 그 차이를 적어본다. 나는 그 숫자가 28이었다.

28년이라는 게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걸 그제야 실감했다.

둘째, 매달 넣을 수 있는 금액을 정직하게 적어본다

처음 연금저축펀드를 만들 때 의욕에 차서 월 50만 원으로 설정했다가, 3개월 만에 카드값에 치여서 자동이체를 멈췄다. 그게 작년 6월이었다.

멈춰놓고 두 달을 다시 시작 못 했다. 그때 알았다.

무리한 금액은 복리를 멈추게 한다. 차라리 월 15만 원이라도 끊김 없이 가는 게 훨씬 낫다.

점검할 건 하나다. 최근 6개월 통장을 보고 “고정 지출 다 빼고 매달 남는 평균 금액”의 절반 이하로 잡는다.

나는 그 뒤로 월 22만 원으로 줄였고, 1년 가까이 한 번도 끊기지 않았다.

셋째, 세액공제 한도를 알고 그 안에서 채운다

연금저축은 연 600만 원, IRP까지 합치면 연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가 된다. 이건 복리 효과 위에 또 한 겹 얹어지는 보너스다.

세액공제로 돌려받은 돈을 다시 연금에 넣으면 그 자체가 추가 원금이 된다. 나는 작년에 환급받은 약 60만 원을 그대로 IRP에 재입금했다.

이게 25년 뒤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안 한 것보다 분명히 나을 거라는 계산이 섰다. 점검 항목은 “내 연봉 기준으로 세액공제 한도가 얼마인지, 그중 몇 퍼센트를 채우고 있는지”다.

넷째, 계좌 안에서 무엇을 사고 있는지 확인한다

연금 계좌를 만들었다고 자동으로 굴러가는 게 아니다. 그 안에서 예금, 채권형 펀드, 주식형 ETF 중 무엇을 사고 있느냐에 따라 30년 뒤 결과가 두세 배씩 차이 난다.

나는 처음 6개월간 IRP 안에 예금만 들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작년 가을, 명세서를 보다가 “수익률 약 1%”를 보고 헛웃음이 났다.

점검은 분기에 한 번, 계좌에 들어 있는 상품 목록을 캡처해서 본다. 내가 동의한 자산 배분과 실제가 같은지.

다섯째, 수수료를 한 번이라도 계산해본다

30년 복리에서 수수료 약 0%와 약 1%는 끝에 가서 자산의 20% 이상 차이를 만든다. 듣기엔 1%포인트 차이지만 시간이 곱해지면 무서워진다. 점검은 가입한 펀드나 ETF의 총보수를 찾아본다. 약 0% 미만이면 합격, 1% 넘으면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지 한 번 고민해본다.

여섯째, 중도 인출 충동이 올 때의 대응책을 미리 정한다

연금 계좌의 가장 큰 적은 시장 폭락이 아니라 “잠깐 빼서 쓸까” 하는 생각이다. 작년 12월, 보너스가 적게 나와서 IRP를 깰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행히 깨면 그동안 받은 세액공제를 다 토해내야 한다는 걸 기억해서 멈췄다. 미리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돈은 없는 셈 친다”는 룰을 정해두지 않으면 한 번은 흔들린다.

점검은 비상금 통장이 별도로 있는지 확인하는 것.

일곱째, 1년에 한 번은 전체 그림을 다시 본다

나는 매년 5월, 연말정산 끝난 뒤에 노트를 펴고 다시 계산기를 두드린다. 작년보다 원금이 얼마나 늘었는지, 수익률은 어땠는지, 자산 배분은 그대로인지. 거창한 리밸런싱이 아니라, 그저 “내 돈이 어디서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다. 이 한 시간이 다음 1년의 방향을 잡아준다.

복리는 결국 시간과 꾸준함의 게임이다. 나는 아직 28년 중 1년 좀 넘게 굴렸을 뿐이라 결과를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 다만 시작 전에 위 일곱 가지를 점검했다면 첫 6개월의 헛수고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은 분명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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