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받고 첫 3개월, 실수하지 않으려면 확인할 것

퇴직금이 들어온 날 저녁의 실수

작년 2월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퇴직금이 통장에 들어온 날 저녁, 나는 바로 증권사 앱을 켰다. 수익률이 높다고 알려진 펀드들을 검색하고, 한 달에 얼마씩 투자하면 10년 뒤에 얼마가 될지 계산했다. 그 밤을 꼬박 새웠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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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LUM3N / pixabay

그 다음 주에 세무사를 찾아갔다. 퇴직금에 붙는 세금이 정확히 얼마인지, 언제까지 신고해야 하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세무사가 건넨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세금 먼저, 그 다음에 투자를 생각하세요.” 그때부터 내 계획이 완전히 바뀌었다.

퇴직금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

퇴직금 운용이라고 하면 보통 투자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첫 번째는 세금이다. 퇴직금은 근로소득세 대상이고, 근속 연수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 내 경우 12년을 다녔으니 세금으로 약 18%를 내야 했다. 통장에 들어온 금액의 18%를 다시 빼야 한다는 뜻이다.

이걸 모르고 투자에 다 썼다가 5월에 세금 고지서를 받으면 난감해진다. 퇴직금을 받은 해의 5월 말까지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때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내가 한 것처럼 세무사나 세무대리인에게 정확한 세액을 계산해달라고 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비용은 대략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다.

세금을 낸 다음에 할 일은 생활비 6개월치를 따로 빼놓는 것이다. 직장을 그만뒀다면 다음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쓸 돈이 필요하다. 내 경우 월 생활비가 약 180만 원이었으니, 6개월치로 1,080만 원을 보통예금에 남겨뒀다. 이 돈은 절대 투자하면 안 된다.

남은 돈을 나누는 방식, 직접 해보니

세금을 내고 생활비를 빼면 남은 금액이 진짜 운용할 수 있는 돈이다. 나는 이 돈을 세 부분으로 나눴다.

첫 번째는 안정자산 40%. 연금저축펀드를 골랐는데, 채권 중심의 저위험 펀드다.

월 40만 원씩 12개월을 채우려고 했다. 두 번째는 성장자산 50%.

국내 주식 펀드와 해외 주식 ETF를 섞었다. 세 번째는 현금성자산 10%.

고금리 정기예금에 넣어뒀다.

이렇게 나눈 이유는 간단했다.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 시장이 흔들릴 때 판단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9월에 미국 금리 인상 뉴스가 나왔을 때, 내 주식 자산은 일주일 만에 3% 떨어졌다. 하지만 채권 펀드는 오히려 올랐다. 전체 자산으로 보면 손실이 크지 않았다.

첫 3개월 동안 하지 말았어야 할 것

가장 큰 실수는 서두르지 않은 것이다. 이건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퇴직금을 받자마자 다 투자하지 않은 게 맞는 결정이었다. 나는 첫 3개월 동안 매주 한 번씩 다양한 펀드와 ETF를 조금씩 샀다. 평균 매입가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이를 분할 매수라고 부르는데, 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이 방법이 꽤 효과적이었다.

또 하나 피한 것은 고수익률 상품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었다. 펀드 수익률이 지난 1년간 연 15%라는 광고를 봤을 때, 나는 그걸 무시했다. 과거 수익률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내가 본 것은 펀드의 구성, 펀드매니저의 경력, 수수료였다. 수수료가 연 약 1%인 펀드와 약 0%인 펀드는 10년이 지나면 수익에서 큰 차이가 난다.

6개월 뒤 통장을 본 느낌

지금은 8월이다. 퇴직금을 받은 지 6개월이 지났다. 내 자산은 받을 때보다 약 2% 올랐다. 크지 않은 수익이지만, 잃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더 중요한 건 이제 투자가 습관이 됐다는 것이다. 매달 정해진 날에 정해진 금액을 사는 게 이제는 자연스럽다.

퇴직금 운용은 한 번의 큰 결정이 아니라 작은 선택들의 반복이다. 첫 3개월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때의 선택이 앞으로 몇 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먼저 챙기고, 생활비를 빼고, 남은 돈을 천천히 나누는 것. 이게 내가 직접 겪으며 배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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