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자산 배분을 제대로 시작하다
지난해 가을, 은행 통장에 모인 돈이 8000만 원을 넘었다. 직장 다니면서 월급의 30퍼센트씩 모아온 지 거의 10년. 그런데 그 돈이 단순히 예금 통장에만 들어 있었다. 금리는 연 2.5퍼센트 정도였고, 매달 받는 이자는 17만 원 남짓이었다. 그날 저녁에 처음으로 ‘자산 배분’이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검색했다.
처음엔 복잡했다. 주식 비중을 몇 퍼센트로 할지, 채권은 어떤 종류를 고를지, 현금은 얼마나 남겨둬야 하는지. 인터넷에는 정보가 너무 많았고, 대부분 ‘당신의 나이와 위험 성향에 맞춰야 한다’는 식의 모호한 조언뿐이었다. 그래서 직접 몇 가지 방식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처음 시도한 배분: 주식 70퍼센트, 채권 30퍼센트
40대 중반이니 공격적으로 가도 괜찮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첫 번째 배분은 주식 70퍼센트, 채권 30퍼센트로 잡았다. 주식은 미국 S&P500 지수펀드 3000만 원, 국내 배당주 펀드 2500만 원, 채권은 10년물 국고채 펀드 2500만 원을 샀다.
3개월 뒤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주식 부분이 오르내리는 폭이 생각보다 컸다. 한 달에 300만 원씩 변동하는 일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꾸 호가창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일하다가도 점심시간에 확인하고, 퇴근길에도 확인했다. 수익률이 플러스 5퍼센트일 때는 괜찮은데, 마이너스 3퍼센트가 되면 밤이 잘 안 왔다.
그 와중에 깨달은 게 하나 있었다. 자산 배분은 단순히 수익률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안정’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조정한 배분: 주식 50퍼센트, 채권 40퍼센트, 현금 10퍼센트
2개월 뒤 배분을 바꿨다.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을 늘렸다. 새로운 배분은 주식 50퍼센트(4000만 원), 채권 40퍼센트(3200만 원), 현금 10퍼센트(800만 원)였다.
변화는 즉시 느껴졌다. 호가창을 보는 횟수가 줄었다. 주식이 10퍼센트 떨어져도 전체 자산은 5퍼센트 정도만 내려갔다. 심리적 충격이 훨씬 작았다. 동시에 채권 펀드에서 나오는 월 15만 원 정도의 배당금이 꽤 쏠쏠했다. 그리고 현금 800만 원은 생각보다 중요했다. 긴급 상황이 생겼을 때 펀드를 깨지 않고 바로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배분으로 6개월을 보냈을 때, 수익률은 연 4.2퍼센트 정도였다. 은행 예금의 2.5퍼센트보다는 낫지만, 초반의 공격적 배분에 비해서는 낮았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훨씬 적었다.
현재 고정한 배분: 주식 45퍼센트, 채권 45퍼센트, 현금 10퍼센트
지금은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거의 같게 맞춰놨다. 주식 45퍼센트(3600만 원)는 미국 지수펀드 2200만 원과 신흥국 펀드 1400만 원으로 나눴다. 채권 45퍼센트(3600만 원)는 국고채 펀드 2000만 원과 회사채 펀드 1600만 원으로 구성했다. 현금은 여전히 10퍼센트(800만 원)를 유지 중이다.
이 배분의 장점은 예측 가능성이다.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든 한쪽이 떨어지면 다른 쪽이 어느 정도는 버티는 구조다. 지난 3개월간 주식이 8퍼센트 올랐을 때, 채권은 2퍼센트 내렸다. 그 결과 전체 자산은 5퍼센트 정도 상승했다. 변동성이 적으면서도 꾸준히 늘어나는 느낌이다.
자산 배분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
6개월을 거치면서 깨달은 게 하나 더 있다. 자산 배분은 한 번 정하고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매 분기마다 비중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식이 계속 오르면 주식 비중이 50퍼센트를 넘어갈 수 있다. 그럼 다시 팔아서 채권을 사는 ‘리밸런싱’을 해야 한다.
또 하나는 수수료다. 펀드마다 수수료가 다르다. 같은 미국 지수펀드라도 A사는 연 0.05퍼센트, B사는 0.15퍼센트다. 1년에 3600만 원이 움직인다면 0.1퍼센트 차이는 3.6만 원이다. 작아 보이지만 10년이면 36만 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배분이 ‘내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터넷에서 본 누군가의 배분을 그대로 따라 하면 안 된다. 내 나이, 내 수입, 내 목표, 내 성향에 맞춰야 한다. 나는 밤을 못 자면서까지 공격적으로 갈 이유가 없었다.
지금 고려 중인 것
앞으로 5년 뒤가 되면 상황이 또 달라질 거다. 나이가 45세가 되고, 자산이 1억을 넘을 것 같다. 그러면 채권 비중을 조금 더 늘려야 할 것 같다. 지금은 현금 10퍼센트가 충분하지만, 자산이 커지면 현금도 15퍼센트 정도는 필요할 수 있다.
자산 배분의 핵심은 결국 이것이다. 수익률을 최대화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꾸준히 늘려나가는 것.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목표에 도달하는 것. 40대 중반에 이걸 깨닫고 시작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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