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회사 퇴직금 관련 설명회가 있었다. 담당자가 IRP와 연금저축펀드 차이를 설명했는데, 그 자리에서 딱 와닿는 게 없었다. 숫자로는 비슷해 보이는데, 뭔가 다르다는 느낌만 남았다. 그날 저녁에 엑셀을 켜서 세 가지 계좌의 수익률, 세금, 인출 규칙을 나란히 놓고 봤다.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왜 수익률만 비교해서는 안 되는가
연금 계좌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수익률이다. 하지만 수익률만 높다고 좋은 건 아니다. 같은 8% 수익을 올렸더라도 세금이 다르고, 돈을 꺼낼 수 있는 시점도 다르고, 손실이 났을 때 처리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래서 한 가지만 비교해서는 절대 안 된다.

작년에 월 50만 원씩 3개 계좌에 나눠 넣은 사람과 한 곳에만 넣은 사람의 5년 뒤 자산을 계산해본 적이 있다. 같은 펀드, 같은 수익률 가정인데 세금 때문에 차이가 났다. 이게 바로 계좌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먼저 정리할 게 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비교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의무 가입이고, 퇴직연금은 회사에서 나오는 돈이다. 둘 다 받는 게 맞다. 내가 고르는 게 아니다.
그럼 내가 실제로 선택하는 건 뭔가. 추가로 들어가는 돈을 어디에 넣을 것인가다. 월급에서 자발적으로 떼어내는 부분이다. 여기서 연금저축펀드, IRP, 연금보험 중 하나를 고른다. 이 셋이 비교 대상이다.
세 계좌, 실제 숫자로 나란히 놓아보기
월 30만 원을 20년 동안 넣는다고 하자. 총 7,200만 원이 들어간다. 평균 연 약 5% 수익이 난다면 최종 자산은 약 1억 2,000만 원쯤 된다.
여기서 갈린다. 연금저축펀드로 받으면 세금이 약 16%다. 1억 2,000만 원의 이익 부분에 세금을 낸다. IRP는 같은 상황에서 약간 더 유리한데, 중도 인출 규칙이 엄격하다. 연금보험은 수익률이 낮은 대신 세금 우대가 조금 더 있다.
2026년 지금 기준으로, 연금저축펀드는 언제든 찾을 수 있지만 55세 이전에 찾으면 세금이 더 무겁다. IRP는 55세 이후에 인출하면 세금이 낮아진다. 연금보험은 일단 들면 빼기가 가장 어렵다. 대신 그래서 세금 혜택이 가장 크다.
상황별로 고르는 방법
지금 당장 여유금이 있고, 5년 뒤쯤 일부를 써야 할 수도 있다면 연금저축펀드가 맞다. 찾을 때 세금을 내지만, 언제든 찾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다.
55세까지 절대 손대지 않을 자산이 있다면 IRP가 낫다. 세금 우대가 더 크고, 손실이 났을 때 처리하는 방식도 유연하다. 회사에서 퇴직금을 받아서 IRP에 넣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이것이다.
정말로 오랫동안, 월급의 일부를 꾸준히 빼서 노후 자금을 만들 거라면 연금보험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 수익률은 가장 낮지만, 강제성이 있고 세금 혜택이 크다. 작년 말에 보험사에 문의했을 때, 같은 자산으로도 연금보험이 수령액이 가장 많다고 했다.
내가 놓쳤던 것들
처음에 엑셀로 비교할 때 놓친 게 몇 가지 있었다. 첫째, 수수료다. 펀드마다 다르다. 같은 계좌라도 어떤 펀드를 담느냐에 따라 수수료가 약 0%에서 약 1%까지 간다. 이게 20년이면 꽤 크다.
둘째, 중도 인출했을 때의 세금이다. 종이로만 계산하면 모르지만, 실제로 55세 전에 일부를 빼면 얼마나 깎이는지 확인해야 한다. 계좌마다 다르다.
셋째, 손실 처리다. 만약 펀드가 마이너스로 끝나면? 연금저축펀드와 IRP는 손실을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있다. 연금보험은 못 한다. 이것도 중요한 차이다.
결국 뭘 선택했는가
나는 셋을 섞기로 했다. 퇴직금 일부는 IRP로, 월급에서 떼어내는 돈은 연금저축펀드로, 그리고 따로 연금보험 하나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 가지만 고집하는 것보다 상황에 맞게 나누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건 뭔가 하나를 고르고 시작하는 것이다. 계산만 하다 보면 영원히 못 고른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것부터 시작하고, 나중에 추가하거나 바꾸면 된다. 연금은 시간이 가장 큰 무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