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에서 노후 계산기를 두드려본 날

그날 저녁, 휴대폰 계산기에 찍힌 숫자

2026년 3월 어느 화요일, 야근을 마치고 9호선을 타고 집에 가던 길이었습니다. 옆자리 아주머니가 친구분과 통화하며 “연금 수령액이 월 78만 원 나온다더라”라고 말씀하시는 걸 무심코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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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hutter_Speed / pixabay

그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나는 지금 매달 얼마를 모으고 있고, 65세에 얼마를 받게 될까.

그동안 막연하게 “적당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 한 번도 숫자로 찍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날 밤 집에 와서 노트북을 켜고 국민연금공단 예상연금 모의계산을 돌려봤습니다. 지금 소득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65세부터 받게 될 예상 금액은 월 112만 원 정도였습니다.

통계청 자료로 흔히 인용되는 부부 적정생활비가 월 300만 원 안팎이라는데, 차이가 200만 원 가까이 났습니다. 그 200만 원을 어디서 만들어 낼 것인가.

그게 노후준비 투자 전략의 시작이었습니다.

먼저 부족분을 숫자로 확정하는 작업부터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몇 살에 은퇴해서 몇 살까지 살 것인가”를 일단 가정한 겁니다. 60세 은퇴, 90세까지 생존을 가정하면 은퇴 후 30년입니다. 월 200만 원의 부족분을 30년간 메우려면 단순 계산으로 7억 2천만 원이 필요합니다. 물가 상승률 연 2%를 반영하면 실제로는 9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숫자를 처음 보고는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계산해보니 생각보다 절망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마흔둘인 제가 60세까지 18년 동안 매달 70만 원을 연 6% 수익률로 굴리면 약 2억 7천만 원이 됩니다. 여기에 퇴직금과 퇴직연금 적립금이 더해지고, 국민연금이 65세부터 월 100만 원대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부족분이 상당히 줄어듭니다.

결국 핵심은 “매달 얼마를, 어떤 수익률로, 몇 년간”이라는 세 변수더군요.

지금 굴리는 세 개의 바구니 이야기

저는 노후자금을 성격이 다른 세 바구니에 나눠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연금저축펀드입니다.

매달 34만 원씩 자동이체로 넣고 있고, 연말정산에서 약 16%, 약 67만 원의 세액공제를 매년 챙기고 있습니다. 안에 담은 상품은 미국 S&P500 추종 ETF와 국내 배당주 ETF를 7대 3 비율로 섞었습니다.

세제혜택과 장기 수익률을 동시에 노린 구성입니다.

두 번째는 IRP입니다. 회사 퇴직연금 외에 개인적으로 매달 25만 원을 추가 납입합니다.

여기서는 안전자산 30% 의무 규정 때문에 정기예금형 상품과 채권형 펀드를 섞었고, 나머지는 글로벌 자산배분 ETF에 넣었습니다. 세 번째는 일반 증권계좌입니다.

매달 20만 원으로 배당성장 ETF를 모으고 있습니다. 연금계좌는 55세 이전에 손대면 손해라 중간 인출이 필요할 때를 대비한 자유 자금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게 작년부터의 깨달음이었습니다.

나이대별로 비중을 옮기는 단순한 규칙

책에서 흔히 말하는 “100에서 나이를 뺀 만큼 주식” 공식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큰 틀은 비슷하게 갑니다.

40대인 지금은 주식형 자산 비중을 70% 정도로 가져가고, 50세가 넘어가면 매년 2~3%씩 채권과 예금형으로 옮길 계획입니다. 60세 시점에는 주식 비중을 40% 아래로 떨어뜨리는 게 목표입니다.

은퇴 직전 몇 년 동안 큰 하락장이 오면 인생 전체 계획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신경 쓰는 부분은 인출 순서입니다. 60세에 은퇴해서 65세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의 5년이 가장 까다로운 구간입니다.

이 기간에 쓸 돈을 일반 증권계좌와 퇴직금에서 먼저 빼고, 연금저축과 IRP는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분할 수령해서 세율을 3.3~약 5%로 낮추는 식으로 그림을 그려두었습니다. 아직 18년이 남았지만 큰 지도를 미리 그려두니 매달 자동이체되는 79만 원이 막연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완벽한 전략보다 멈추지 않는 적립

노후준비 투자 전략이라고 하면 무슨 대단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할 것 같지만, 막상 해보니 단순했습니다. 부족분을 숫자로 확정하고, 매달 얼마를 어떤 계좌에 자동이체 걸어둘지 정하고, 나이가 들수록 위험자산을 조금씩 줄이는 것. 그 세 가지 뼈대만 잡혀 있으면 나머지는 시간이 해줍니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들었던 그 한마디가 아니었으면 지금도 “적당히 하고 있겠지” 하며 지나갔을 겁니다. 한 번쯤 휴대폰 계산기로 본인의 부족분이 얼마인지 찍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숫자 앞에 서면 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과제로 바뀌고, 그때부터는 행동이 훨씬 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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