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모님 통장을 봤을 때
작년 여름, 부모님 집에 내려가 부모님 통장 정리를 도와드렸다. 월 생활비로 쓰는 금액을 한 번 정리해보자고 했을 때 엄마가 꺼낸 숫자는 월 180만 원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통장 내역을 따라가보니 월 220만 원에서 250만 원 사이를 오갔다. 그 차이가 뭐냐고 물었더니 ‘의료비랑 선물비는 따로 빼고 생각했다’고 하셨다.
그 순간 깨달았다. 노후 생활비를 예상하는 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것을.
기본 생활비와 변동 생활비를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노후 생활비를 한 덩어리로 생각하면 안 된다. 부모님 통장을 3개월간 추적하면서 알게 된 건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고정 생활비다. 매달 일정하게 나가는 돈들이다. 아파트 관리비 35만 원, 전기요금 12만 원, 수도료 3만 원, 인터넷 4만 원, 휴대폰 5만 원. 여기에 기본 식비와 생필품을 더하면 대략 월 140만 원에서 160만 원 사이다. 이 부분은 예측이 비교적 쉽다.
두 번째는 변동 생활비다. 의료비, 친구 만남, 손주 용돈, 명절 선물, 계절 의류, 가전제품 교체. 이것들은 매달 다르다. 부모님 경우 평균적으로 월 60만 원에서 90만 원이 이 항목으로 나갔다. 같은 달이 없었다.
의료비가 생각보다 크다
부모님 통장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이 의료비였다. 특별히 아픈 것도 아닌데 매달 10만 원에서 20만 원이 의료비로 나갔다. 치과 검진, 안과 검진, 혈압약 처방, 관절 물리치료. 작은 것들이 쌓인다.
지난해 여름부터 겨울까지 8개월을 추적했을 때 의료비 합계는 120만 원이었다. 평균 월 15만 원. 그런데 10월에는 치과 임플란트 때문에 80만 원이 나갔다. 큰 의료비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노후 생활비를 계산할 때는 월 20만 원 정도를 의료비로 따로 잡아두는 게 현실적이다.
부모님 기준으로 계산해본 월 생활비
고정 생활비 150만 원 + 변동 생활비 70만 원 + 의료비 20만 원 = 월 240만 원. 이게 부모님이 실제로 쓰는 생활비다.
그런데 여기서 빠진 게 또 있다. 부모님은 지금 집을 소유하고 있고, 자동차도 있다. 만약 자동차를 유지해야 한다면 보험료, 휘발유, 정기 점검비로 월 40만 원에서 50만 원이 더 든다. 집 수리나 교체가 필요하면 그때마다 수백만 원이 나간다.
내가 직접 계산해본 내 노후 생활비
부모님을 보면서 내 노후를 예상해봤다. 지금 나는 월급에서 월 150만 원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 하지만 노후에는 다를 거다.
먼저 고정 생활비를 계산했다. 지금 월세 (시점·지역별 다름)을 내고 있는데, 노후에는 집을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관리비와 수도료, 전기료, 인터넷료로 월 50만 원 정도. 의료비는 나이가 들수록 늘어날 테니 월 25만 원으로 잡았다. 기본 식비와 생필품 80만 원. 여기까지 합치면 155만 원이다.
변동 생활비는 지금보다 줄어들 것 같다. 회식도 없을 테고, 의류비도 적을 거다. 하지만 여행이나 취미 활동은 늘어날 수 있다. 보수적으로 월 50만 원을 잡았다.
총 월 205만 원.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게 있다. 부모님처럼 자동차를 유지한다면 월 45만 원이 더 든다. 그럼 월 250만 원이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해야 한다
2026년 기준으로 월 250만 원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하지만 30년 뒤 노후에는 물가가 지금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지난 30년간 평균 물가상승률이 연 3% 정도였다. 만약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30년 뒤에는 지금의 월 250만 원이 월 600만 원 정도의 가치를 가져야 한다.
물론 이건 추정일 뿐이다. 물가상승률이 더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후 자금을 계획할 때는 이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예상은 예상일 뿐이다
부모님 통장을 보면서 알게 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거다. 아무리 꼼꼼히 계산해도 실제 생활은 예상과 다르다는 것. 부모님도 월 180만 원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월 240만 원을 썼다.
그래서 노후 생활비를 예상할 때는 여유를 두는 게 중요하다. 계산한 금액에 20%를 더해서 생각하는 게 현실적이다. 월 250만 원이라고 예상했다면, 실제 목표는 월 300만 원 정도의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예상 밖의 상황이 생겨도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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