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수치에 갇혀 있었던 것
작년 초 통장을 정리하다가 노후자산이 얼마나 필요한지 한 번 제대로 계산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3억 원’, ‘5억 원’ 같은 수치들을 봤지만 그게 정말 내 경우에 맞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엑셀을 켜고 2시간을 붙들었는데, 계산할수록 헷갈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문제는 대부분 ‘평생 필요한 생활비’라는 막연한 개념부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80살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월 생활비를 곱하고, 인플레이션을 고려하고… 단계가 많아질수록 자신감은 떨어졌다.
역으로 생각해보니 훨씬 명확했다
그러다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큰 수부터 내려오는 게 아니라 작은 것부터 올려가는 방식이다. 먼저 지금 내 월 생활비가 정확히 얼마인지 파악했다. 지난 3개월 통장을 보니 평균 월 210만 원이 나갔다. 고정비(전세금 이자, 보험료, 통신비)가 약 85만 원이고, 식비와 교통비가 80만 원, 나머지가 여가와 의류였다.
이 수치가 중요했다. 왜냐하면 은퇴 후에도 기본적으로 이 정도는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자녀 교육비는 없어질 테고, 출퇴근 교통비도 줄겠지만 의료비는 늘어날 것 같았다. 결국 월 180만 원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예상했다.
국민연금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계산하기
여기서 핵심은 국민연금을 빼는 것이었다. 나는 올해 62살인데, 만약 65살에 국민연금을 받는다면 월 약 120만 원 정도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내가 직접 충당해야 할 월 생활비는 180만 원에서 120만 원을 뺀 60만 원이다.
이제 계산이 간단해졌다. 65살부터 85살까지 20년간 월 60만 원씩 필요하다. 연간 720만 원, 20년이면 1억 4천 400만 원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고려해야 했다. 연 약 2% 정도로 계산하면 약 1억 9천만 원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현실적인 목표가 생기니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평생 필요한 금액’이라는 막연한 개념보다 ‘국민연금이 들어온 후 부족한 부분’을 먼저 계산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목표가 2억 원 정도라는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니 지금 뭘 해야 할지도 보였다.
현재 내 자산이 8천 500만 원이고, 앞으로 3년간 월 300만 원씩 모을 수 있다면 약 1억 800만 원이 된다. 연금저축펀드에 연 900만 원씩 넣으면서 운용 수익을 고려하면 2억 원에 도달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목표가 명확하니 매달 적금하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였다.
노후자산 목표금액을 세울 때는 큰 수부터 내려오지 말고, 지금의 생활비에서 시작해서 국민연금을 빼고, 그 부족분을 채우는 방식으로 역산해보길 권한다. 그게 훨씬 현실적이고, 실제로 실행 가능한 계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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