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월급에서 연금 저축을 시작하려고 은행에 들어갔다. 창구 직원이 건넨 팜플렛이 세 종류였다.
연금저축펀드, 연금저축보험, IRP. 각각 뭐가 다르고 어떤 걸 골라야 하는지 아무도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날 저녁 혼자 인터넷을 뒤지다가 깨달았다. 세 상품 모두 세제 혜택은 같은데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
그래서 결정했다. 세 가지를 다 가입해서 직접 6개월을 써보자고.
왜 개인연금이 헷갈리는가
개인연금은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과 달리 전적으로 본인이 챙겨야 하는 자산이다. 세제 혜택만 같으면 뭘 고르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게 문제다. 같은 세제 혜택을 받더라도 중간에 빠져나갈 수 있는 돈, 손실을 감당하는 방식, 수수료 구조가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가입한 당시만 해도 세 상품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고르는 사람은 드물었다. 은행원도 ‘세제 혜택이 같으니까 편한 걸로 고르세요’라고만 했다. 하지만 6개월을 직접 경험해보니 편한 것과 현명한 것은 다르다는 걸 알았다.
연금저축펀드 — 유연성은 최고, 손실은 고스란히
먼저 연금저축펀드부터 들었다. 월 30만 원씩 넣기로 했고, 펀드 3개(국내주식 40%, 해외주식 40%, 채권 20%)를 섞어서 매수했다. 첫 달에는 신선했다. 호가창을 매일 봤고, 수익률이 플러스로 나오자 기분이 좋았다.
연금저축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성이다. 펀드를 언제든 갈아탈 수 있고, 수익을 실현하거나 손실을 인정할 때도 내 판단이다. 또 수수료가 가장 낮다. 내가 든 펀드는 연 약 0% 정도의 운용 수수료만 들었다. 펀드 매매 수수료도 없었다.
하지만 3개월 뒤부터 문제가 보였다. 지난 3월에 미국 경제 뉴스가 안 좋아지자 내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처음엔 견뎠는데, 4월에 다시 내려가자 결국 손을 댔다. 해외주식 비중을 30%로 줄였다. 그 직후 미국 주식이 반등했다. 내가 판 직후에.
연금저축펀드는 손실이 전부 나의 책임이다. 펀드 회사는 운용 수수료만 가져간다.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그건 내 선택의 결과다. 이게 유연성의 대가다.
연금저축보험 — 안정적이지만 수수료가 무겁다
같은 달에 연금저축보험도 가입했다. 월 30만 원, 10년 납입하는 상품으로 골랐다. 보험사 직원은 ‘원금 보장에 이자까지 붙는다’고 강조했다. 당시 예정이율이 연 약 2% 정도였다.
첫 3개월은 정말 편했다. 매달 자동 이체되고, 나는 통장만 확인하면 됐다. 펀드처럼 매일 수익률을 보거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5개월 차에 고민이 생겼다. 보험사에서 보낸 계약 내역서를 정리하다가 깨달았는데, 수수료가 상당했다. 연 2% 정도의 보험료 + 운용 수수료가 따로 들어가 있었다. 결국 내 손에 남는 이자는 약 0% 정도였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금저축보험의 강점은 심플함이다. 원금이 보장되고, 중간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 안정성의 대가로 수수료를 꽤 내야 한다. 특히 초기 5년간은 중도 해지하면 손해를 본다. 내가 든 상품은 5년 전에 해지하면 원금의 90% 정도만 돌려받는다고 했다.
IRP — 중간 선택지, 현실적인 선택
IRP는 개인형 퇴직연금이다. 직장인이 퇴직금을 받으면 이곳에 넣을 수 있고, 직장이 없는 사람도 자발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 나는 자발적 가입으로 월 30만 원씩 넣기로 했다.
IRP의 특징은 펀드와 보험을 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든 IRP 계좌는 70%를 펀드에, 30%를 보험 상품에 배치했다. 펀드 부분은 연금저축펀드와 비슷하게 움직였고, 보험 부분은 안정적으로 2% 정도의 이자를 줬다.
수수료는 연 약 0% 정도였다. 펀드보다는 높지만 보험보다는 훨씬 낮았다. 그리고 세제 혜택이 조금 더 컸다. 연금저축펀드나 보험은 연 600만 원까지 세제 혜택을 받지만, IRP는 퇴직금을 넣으면 별도 한도가 생긴다.
6개월을 써본 결과, IRP가 가장 현실적이었다. 펀드의 유연성도 누리고, 보험의 안정성도 누릴 수 있었다. 수수료도 그 사이 정도였다.
직접 비교해본 세 가지 차이
6개월을 경험하면서 정리한 세 상품의 핵심 차이는 이것이다.
연금저축펀드는 수익률이 가장 높을 가능성이 있지만, 손실도 전부 내가 감당한다. 수수료가 가장 낮지만(연 약 0%), 펀드를 자주 갈아타거나 매매하면 시간 낭비가 심하다. 주식을 좋아하고 시간이 있는 사람 추천.
연금저축보험은 안정성이 최고다. 원금이 보장되고, 예정이율만큼 이자가 붙는다. 하지만 수수료가 무겁다(연 2% 정도). 중도 해지하면 손해를 본다. 펀드 수익률이 높을 때는 특히 아깝다. 정신없는 직장인이나 투자를 전혀 하고 싶지 않은 사람 추천.
IRP
결국 내가 선택한 것
6개월을 모두 계속했다. 세 가지를 다 유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연금저축펀드는 수익성을 위해, 보험은 안정성을 위해, IRP는 밸런스를 위해.
하지만 만약 하나만 고르라면 IRP를 고르겠다. 가장 무난하고, 나중에 직장을 잃거나 퇴직금을 받을 때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연금은 장기 자산이다. 10년, 20년을 함께할 상품이다. 그렇다면 유연성과 안정성이 모두 있는 선택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