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퇴직금 3천만 원을 받았다. 은행 창구에서 권유하는 상품들을 보며 수익률 비교표를 만들었다. 연금저축펀드 연 약 4%, IRP 연 약 3%, 개인연금보험 연 약 3%. 숫자만 보니 펀드가 제일 좋아 보였다. 그렇게 2천만 원을 연금저축펀드에 넣었다.
3개월 뒤 계좌를 정리하다가 깨달았다. 수익률만 비교했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결정이었는지.
수익률이 높아도 세금이 먹어버린다
연금저축펀드는 분명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그런데 돈을 빼낼 때 문제가 생겼다. 만약 내가 55세 이전에 필요해서 인출하면 약 16%의 세금이 붙는다. 반면 IRP는 퇴직금으로 넣은 돈이라 인출 시 약 3%만 부과된다.
실제로 계산해보니 연금저축펀드에서 연 약 4% 수익이 났다고 해도, 중도 인출 시 세금 약 16%를 빼면 결국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10년 후에 인출한다면 모를까, 불의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게 치명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수익률 비교표에는 세금 항목이 없었다.
같은 수익률이라도 적립금액이 다르다
두 번째 함정은 더 미묘했다. 연금저축펀드는 연 600만 원까지만 세제혜택을 받는다. 반면 IRP는 연 1,800만 원까지 가능하다. 개인연금보험은 따로 한도가 없다.
내가 매년 800만 원씩 모으려고 했다면? 연금저축펀드에 600만 원을 넣고 나머지 200만 원은 세제혜택 없이 다른 곳에 넣어야 한다. 그러면 실제 세제 혜택을 받는 금액은 줄어든다.
이걸 알았을 때 후회가 밀려왔다. 내 상황에서는 IRP가 더 효율적이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출 시기가 정해지면 수익률은 의미가 없어진다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이것이었다. 연금은 인출 시기가 거의 정해져 있다. 연금저축펀드와 IRP는 55세 이후에야 인출할 수 있다. 개인연금보험도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55세 이상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55세까지 정확히 몇 년이 남았고, 그 기간 동안 얼마를 모을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수익률이 약 0% 차이나는 것보다 매달 얼마를 추가로 적립할 수 있는지가 최종 자산을 결정한다.
내 경우, 펀드 수익률 (시점에 따라 다름)보다는 매달 추가로 100만 원을 더 넣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다. 10년 동안 1,200만 원을 더 넣으면, 수익률 차이 따위는 무의미해진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비교가 아니라 선택
수익률 비교는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내 나이, 인출 시기, 세금 부담, 적립 여력을 함께 봐야 한다.
2026년 지금, 나는 연금저축펀드 2천만 원과 IRP 1천만 원을 병행하고 있다. 완벽한 선택은 아니지만, 최소한 함정을 알고 들어간 선택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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