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굳이 수익률을 줄 세워봤나
몇 년 전, 그러니까 2026년 기준으로 한 4년쯤 전이었다. 은행 창구에서 직원이 권하는 대로 연금저축보험에 월 20만원씩 넣기 시작했다.

세액공제 받는다는 말에 그냥 사인했고, 1년이 지나서야 해지환급금이 원금보다 적다는 걸 알았다. 그때 받은 환급금이 220만원쯤이었는데, 낸 돈은 240만원이었다.
머리가 멍했다. 세제혜택 받은 걸 다 합쳐도 손해라는 느낌이 강했고, 그제야 연금이라는 게 다 같은 연금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 뒤로 국민연금 가입내역을 다시 보고, 회사 DC형 퇴직연금 운용 화면도 처음 열어봤다. 연금저축은 펀드로 갈아탔고, IRP도 따로 개설했다.
5년 가까이 굴려보고 나서야 각 상품이 어떤 성격인지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이번 글은 그 다섯 가지를 직접 굴려본 체감 수익률 기준으로 줄 세워본 기록이다.
다만 개인 경험이고, 운용 방식·시기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는 점은 미리 적어둔다.
직접 굴려본 다섯 가지, 수익률 순서로
1위는 연금저축펀드였다. 미래에셋·삼성·KB 같은 운용사에서 파는 TDF와 미국지수 ETF를 섞어서 굴렸다.
2021년부터 2026년 초까지 5년 평균 연 7~8%대 수익이 났다. 물론 2022년에는 한 해 -12% 정도로 깨진 적도 있었다.
변동성이 크지만, 세액공제 약 16%까지 더하면 체감 수익은 더 높다. 단점은 본인이 종목을 직접 골라야 한다는 것.
아무것도 안 하고 예금형으로 두면 연 3%대에서 멈춘다.
2위는 회사 퇴직연금 DC형이었다. 회사가 매년 한 달치 월급을 넣어주는 구조라 원금 자체가 꾸준히 쌓였다. 운용은 내가 직접 했고, KODEX 미국S&P500과 채권형 펀드를 7대 3으로 섞었다. 5년 누적으로 연 환산 약 6%대. DB형이었으면 임금상승률 정도(연 3%대)에 묶였을 텐데, DC로 바꾸고 직접 굴린 게 결과적으로 나았다.
3위는 IRP였다. 운용 자산은 연금저축펀드와 비슷하게 짰는데, 위험자산 70% 상한 때문에 100% 주식형으로 못 간다. 그래서 수익률은 연금저축펀드보다 1~2%p 낮은 연 5~6%대였다. 대신 세액공제 한도가 연금저축과 합쳐 최대 900만원까지라 절세 효과는 가장 크게 챙겼다.
4위는 국민연금이다. 수익률이라고 표현하긴 애매하지만, 기금 운용 수익률은 장기 평균 연 5%대로 알려져 있다. 본인 입장에서 보면 낸 돈 대비 받는 돈, 이른바 수익비가 1.5~2배 수준이라 사실상 어떤 사적 연금보다 유리하다. 다만 받기 시작하는 시점이 65세 이후로 멀다는 게 함정이고, 본인이 운용에 개입할 수 없다.
5위는 연금저축보험과 연금보험이었다. 처음 가입했던 그 상품 말이다. 공시이율이 연 2.3~약 2% 수준이고 사업비를 떼고 나면 실제 체감 수익은 연 1%대로 떨어졌다. 10년을 채워도 물가상승률을 따라가기 빠듯했다. 안정성은 가장 높지만, 노후자금을 불린다는 관점에서는 가장 아쉬웠다.
상황별로 다르게 보이는 순위
이 순서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진 않는다. 직접 굴려본 입장에서 정리하면 이렇다.
투자에 시간을 쓸 수 있고 변동성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연금저축펀드와 IRP 조합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회사가 DC형을 운영한다면 그 안에서 ETF 비중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체감 차이가 크다.
반대로 시세창 보는 게 스트레스고 손실 구간을 못 견디는 성격이라면, 연금보험의 낮은 수익률도 나름의 값을 한다. 잠은 잘 오니까.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떠나 노후의 바닥을 깔아주는 역할이라 따로 빼놓고 봐야 한다. 임의가입이나 추납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사적 연금 수익률 높이기보다 그쪽이 먼저일 수도 있다. 다만 제도가 바뀔 가능성, 수령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
결국 다섯 개를 다 가입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본인의 소득, 투자 성향, 회사 제도, 남은 근로기간에 따라 비중이 달라질 뿐이다. 다만 처음의 나처럼 창구에서 권하는 대로 한 상품에 다 몰아넣는 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만하다고 본다. 구체적인 상품 선택은 본인 상황에 맞춰 충분히 비교한 뒤 결정하는 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