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배분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 통장 정리하다 발견했습니다

통장 3개를 정리하며 깨달은 것

작년 11월, 퇴직을 앞두고 통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20년간 다니던 회사를 떠나면서 퇴직금 8천만 원이 들어왔고, 그걸 어떻게 배분할지 생각하는 과정이었다. 첫 번째 통장엔 월급이 들어오던 곳. 두 번째는 적금 통장. 세 번째는 펀드 계좌였다. 그런데 정리하다 보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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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hbelir / pixabay

내 자산의 60%가 예금에 묻혀 있었다. 금리는 연 약 2% 정도였다. 같은 기간 물가는 연 3% 이상 올랐다. 결국 매년 손해를 보고 있던 셈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자산 배분이라는 게 단순히 돈을 여러 곳에 나눠 두는 게 아니라는 걸.

왜 안정자산에만 집중하는가

노후 자산 배분을 검색하면 가장 흔하게 나오는 조언이 있다. ‘안정자산 70%, 성장자산 30%’라는 식의 공식이다. 나도 처음엔 그걸 따르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실행하려니 문제가 생겼다.

은행에서 권하는 상품은 대부분 예금이나 보험이었다. 펀드나 ETF는 ‘위험하다’는 표현이 따라다녔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안정자산의 비중을 80%, 90%까지 높이게 된다. 마치 안전이 최고의 수익이라고 착각하듯이.

지난 5년간 정기예금 금리는 연 2.5~3% 정도였다. 반면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같은 기간 연평균 12%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물론 변동성이 있지만, 20년 이상의 장기 투자 기간을 앞둔 사람에게는 이 차이가 치명적이다.

나이별로 달라지는 배분 비율

올해 초, 재무설계사와 상담을 했다. 그때 처음 들은 개념이 ‘나이 기반 배분’이었다. 간단한 공식이었다. 100에서 현재 나이를 빼면 그게 성장자산의 비중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올해 55세다. 100에서 55를 빼면 45다. 즉 성장자산 45%, 안정자산 55% 정도가 적절하다는 뜻이었다. 내가 했던 60% 예금 집중은 이 기준으로 봤을 때 15% 정도 초과된 셈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었다. 직업, 건강 상태, 가족 상황, 앞으로의 근로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앞으로 10년을 더 일할 계획이라면 성장자산 비중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지금 바로 은퇴할 계획이라면 안정자산을 더 높여야 한다.

실제로 배분을 바꿔본 결과

3월부터 자산 배분을 바꾸기 시작했다. 예금 3천만 원 중 1천만 원을 꺼내 국내 주식 ETF와 해외 주식 ETF에 각각 5백만 원씩 넣었다. 나머지 2천만 원은 금리 약 3%인 정기예금으로 유지했다. 퇴직금 8천만 원은 다음과 같이 배분했다.

안정자산 4천 8백만 원(60%) — 정기예금 3천만 원, 채권형 펀드 1천 8백만 원. 성장자산 3천 2백만 원(40%) — 국내 주식 ETF 1천 6백만 원, 해외 주식 ETF 1천 6백만 원.

지난 3개월간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시장이 좋아서 성장자산이 약 8% 정도 올랐다. 반면 정기예금은 약 3%의 이자만 받았다. 성장자산이 주는 수익이 안정자산보다 훨씬 컸다. 물론 주식시장이 언제나 이렇게 좋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3개월로도 충분히 배웠다. 장기 투자에서는 약간의 변동성을 감수하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것을.

배분 후 관리하는 법

자산 배분을 정한 후 가장 중요한 건 그걸 유지하는 것이다. 처음엔 계획대로 하지만 6개월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시장이 좋으면 주식을 더 사고 싶어지고, 나쁘면 다 팔고 싶어진다.

나는 분기마다 한 번씩 통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6월 말, 9월 말, 12월 말, 3월 말에 현재 자산의 비중을 확인하고 원래 목표 비율로 돌려놓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성장자산이 42%까지 올랐다면 1~2%를 안정자산으로 이동시키는 식이다. 이를 ‘리밸런싱’이라고 부른다.

이 방법의 장점은 감정적 판단을 줄인다는 것이다. 주식이 떨어졌을 때 ‘이제 끝이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사게 된다. 반대로 올랐을 때 욕심내지 않고 일부를 팔게 된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은 이유

자산 배분은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해진다. 하지만 동시에 더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55세인 나는 앞으로 최대 30년 정도가 남아 있다. 이 기간 동안 매년 3~5%씩 수익을 낸다면 자산은 상당히 불어날 수 있다.

반대로 안정자산만 고집한다면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한다. 10년 뒤 100만 원의 가치는 지금의 70만 원 정도가 될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된다.

올해 초부터 시작한 나의 배분 실험은 아직 진행 중이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막연하게 ‘안전이 최고’라고 생각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 안내: 본 글은 일반적인 금융·재테크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상품의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언급된 금리·세율·한도 등은 작성 시점 기준이며 정책·시장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투자·가입·신청 시점에는 반드시 해당 금융기관 또는 공식 출처(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국세청)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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