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배분이 왜 이렇게 헷갈릴까
작년 11월에 퇴직금 3천만 원을 받았다. 통장에 넣어두고 3주를 고민했다. 인터넷에서 본 글들은 다 다른 말을 했다. 어떤 글은 주식 70%, 채권 30%. 다른 글은 50대라면 주식 40%, 채권 50%, 현금 10%. 또 다른 글은 자산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자산 배분이라는 게 정답이 없다는 걸.

노후 자산 배분은 단순히 숫자 맞추기가 아니었다. 자기 상황을 정확히 아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Q. 노후 자산 배분, 나이별로 정해진 공식이 있나요?
A. 공식은 있지만 당신한테 맞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흔히 말하는 건 ‘나이 – 10 = 주식 비중’이라는 규칙이다.
50대면 주식 40%, 60대면 주식 30%. 간단하고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건 평균적인 가정일 뿐이다. 직장에서 방금 나왔는데 월 생활비가 150만 원이라면?
아니면 이미 부동산 임대료로 월 200만 원씩 들어오는 상황이라면? 같은 나이라도 현금흐름이 다르면 배분이 달라져야 한다.
Q.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A. 먼저 월별 생활비를 정확히 파악하세요. 지난 3개월 통장 기록을 펼쳐놓고 실제로 쓴 돈을 계산했다. 월 평균 185만 원이었다. 그 다음이 중요했다. 이 185만 원을 어디서 벌 건가. 국민연금은 몇 년 뒤에 얼마씩 나올 건가. 부동산이 있으면 월세나 전세 이자는 얼마인가. 이 고정 현금흐름을 먼저 확보하는 게 자산 배분의 첫 단계였다.
Q. 고정 현금흐름이 부족하면 배분을 어떻게 하나요?
A. 부족분을 자산에서 충당하는 구조로 설계해야 합니다. 내 경우 국민연금이 62세부터 월 120만 원 정도 나올 예정이었다.
생활비 185만 원에서 65만 원이 부족했다. 그 65만 원을 어디서 꺼낼 건가.
이게 결정되면 자산 배분이 보인다. 만약 배당금이나 이자로 월 65만 원을 받으려면 보수적인 채권과 배당주를 늘려야 한다.
대신 성장성은 포기하는 거다. 반대로 자산을 천천히 팔아서 충당하려면 주식 비중을 높일 수 있다.
단, 시장이 안 좋을 때 팔아야 하는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Q. 그럼 현금은 얼마나 들고 있어야 하나요?
A. 최소 월 생활비의 6개월분, 최대 12개월분을 현금으로 보유하세요. 내 경우 월 185만 원이니까 1천만 원에서 2천 200만 원 사이가 적절했다.
처음엔 3천만 원을 모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위험했다. 작년 8월에 금리가 올라갔을 때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
그때 긴급 자금이 필요했다면 손절매를 해야 했다. 현금 쿠션이 있으니까 그럴 일이 없었다.
현금 1천 500만 원을 따로 빼놓고 나머지 1천 500만 원을 배분했다.
Q. 1천 500만 원을 어떻게 배분했나요?
A. 고정 현금흐름 부족분과 위험 회피 성향을 기준으로 결정했습니다. 월 65만 원이 부족하니까 연 780만 원을 자산에서 충당해야 했다.
4% 인출 전략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배당금과 이자로 780만 원을 받으려면 약 2천만 원 정도가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2026년 현재 60대 초반이고, 앞으로 30년을 살아야 한다.
너무 보수적이면 인플레이션에 못 따라간다. 결국 채권 40%, 배당주 30%, 성장주 20%, 리츠 10% 정도로 잡았다.
채권은 국고채와 회사채 혼합, 배당주는 대형주 위주, 성장주는 해외 지수펀드 형태였다.
Q. 이렇게 배분한 뒤 실제로 어떻게 됐나요?
지난 6개월간 월 65만 원을 꾸준히 인출했다. 배당금이 월 35만 원, 채권 이자가 월 20만 원, 부족분 10만 원은 자산을 조금씩 팔았다. 6개월 뒤 자산은 1천 600만 원이 됐다. 처음 1천 500만 원보다 100만 원이 늘었다. 시장이 좋았던 덕도 있지만, 자산이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자산 배분은 공식이 아니라 자기 상황을 반영한 설계다. 나이가 같아도, 자산 규모가 같아도, 필요한 현금흐름이 다르면 배분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복잡해 보이지만, 이 세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 월 생활비가 얼마인가. 고정 현금흐름이 얼마인가. 부족분을 어떻게 채울 건가. 그 다음은 자연스럽게 보인다.